백범 김구 선생은 주말이면 거의 빠지지 않고 경마장을 찾았다. 백
범이 호쾌한 경마 자체를 즐기기도 했지만 기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백범은 조국광복을 못보고 중국에서 타계한 모
친(곽낙원)의 유골을 1946년 정릉 뒷산에 안장했다. 이때 기수들이 기
마의 장대 역할을 맡아호송해준 때문이다.

광복후 신설동경마장은 명사들의 휴식처였다. 군정기간 신설동경마
장을 찾은 외국인 단골손님은 하지 중장과 제2대 군정장관 러치 소장
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조선주둔군사령관 하지상, 미군정장관 러
치상, 미군정청 농무장관상 경마가 열리기도 했다.

국내 인사로는 이승만 김구 신익희 조소앙 최동오 김병로 조병옥
이인 등일일이 거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경마장을 찾았다.

그중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은 부인 프란체스카여사와 함께 수시로
들렀다.

그래서 경마가 있는 날이면 3층 귀빈실은 항상 북적거렸다. 마사회
에서는 이들을 극진히 예우했으며, 예정에 없던 상장이나 상배를 마련
하여 레이스를 하기도 했다. 예컨대 이승만상, 김구상이 즉석에서 생
긴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저명인사가 경마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일은 거의
없다. 경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60년대
대통령배 상전경마가 있긴 하였으나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고, 70년
대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한차례 뚝섬경마장을 방문해서 잠시 경마를
관람한 적이 있으나 그뿐이었다. 80년대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새벽에
경마장 구내 승마장 등을 둘러보았으나 경마를 구경한 적은 없다.

( 이시영·경마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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