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수임대가로 경찰관, 법원-검찰 직원 등에게 거액의 수수료
를 뿌렸다가 해외로 도피한 의정부 이순호(36) 변호사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구속된 변호사 사무장 최모씨의 사건 수첩에 법원-검찰 직원 뿐만
아니라 현직 판-검사 20여명의 이름이 적혀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
검사 로비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첩에 오른 법원-검찰 직원 이름 옆에는 사건 소개료 지급내역
이 적혀있었던 만큼, 거명된 판-검사들도 대가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
혹이 제기됐던 것. '이순호 리스트'로 불리는 문제의 수첩에는 의정부
지원-지청의 전-현직 판사 15명, 검사 9명의 명단이 기재돼 있는 것으
로 알려졌다.

일단 해당 판-검사들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강조하고
있다.

주변 친지 등의 부탁을 받고 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해줬을 뿐이
란 설명이다. 실제 수첩에는 판-검사들의 이름과 사건내용, 의뢰인 등
이 적혀있을 뿐, 수수료로 의심할만한 숫자 등은 기재돼 있지 않은 것
으로 드러났다.

결국 사건의 열쇠는 이달말쯤 귀국 의사를 밝힌 이 변호사가 검찰에
서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최근 법
조계 자정 움직임과 관련, 새로운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 변호사가 판-검사들에게 수시로 고급 룸살롱에서 향응
을 베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정 사건의 대가는 아닐지라도 변호사가 판-검사에게 수백만원짜리
술대접을 하는 것은 '뇌물성 향응'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
는 것이다. 실제 일본-미국 등에서는 판-검사가 변호사와 술집이나 골
프장에서 만나 어울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뜻있는 법조계 인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조계의 오랜 관행인
판-검사-변호사의 '접대 커넥션'을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