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H.O.T 멤버 5명의 이름과 조
부모, 외조부모 이름을 적어보라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난
9월1일 첫회가 방송됐던 EBS '미디어가 보인다'에서 방청객 27명에게
한 실험 내용이다.
언뜻 보기에는 한번 웃고 넘어갈 질문처럼 보이지만 요즘 10대들
에게 TV가 얼마나 친숙한 매체인지 알 수 있고 우리 가정교육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질문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27명 전원이 H.O.T
멤버 5명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은 절반
도 채 알고있지 못했다.
TV와 관련해 흥미를 끄는 내용은 이뿐이 아니었다. '미디어 실험
실'이라는 코너에서는 한 여학생이 집에서 TV, 비디오, 만화, PC 심
지어 전화까지 모든 미디어를 하루동안 전혀 쓰지 못하게 하는 실험
을 하고, 그 과정에서 여학생이 일으키는 비정상적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그동안 TV와 신문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를 올바로 이해하고 비판
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제시하는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이 간헐적으
로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답답한
강의위주가 아니라 10대들이 직접 리포터가 되고 실험대상이 되는 시
청자 참여 프로그램이라는 점, 권위와 훈계를 빼버린 다양한 코너와
활기찬 진행이 여느 오락 프로그램 못지않은 흥미를 준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의 TV 과다시청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해
큰소리를 내기 일쑤다. 어떤 부모는 차라리 열심히 보는 김에 스필버
그처럼되라며 방치하기도 한다. 자기 자녀를 열린 사회, 미디어 시
대의 진정한 주역으로 키우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TV를 비롯한 미디어
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특히 자녀들보다는 부모들이 적극적
으로 시청하고 배워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모방대
상자이기 때문이다. < 방송비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