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은 우리 세대의 카타르시스"…춤으로 말하는 10대들 ##.

각기, 가세, 나이키…. 운동화 상표가 아니다. 브레이크 댄스의
기본 동작들이다. 신세대들은 이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수 있으면 자
기들 세대이고 대답을 못하면 '쉰세대'라는 정의를 내린다.

요즘 신세대들은 정말 춤을 좋아한다. 또 좋아하는 만큼 잘 춘
다. 술힘에 의존해서 마지 못해 손발을 까닥대는 기성 세대와는 분명
다르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신세대 인기 직업 최상위
권에 백댄서(속칭 백깔이)가 당당히 자리잡고있다. 학교에서 춤을 잘
추면 운동 선수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처럼 영웅 대접을 받는다고 한
다. 가요시장에서도 춤꾼들의 인기는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가수 엄
정화의 백댄서인 이무진군의 경우 자신의 팬클럽을 갖고 있을 정도로
일부 백댄서들의 인기는 웬만한 가수 못지않다
. 강남역, 신촌, 화양리 등지에 위치한 10대 대상 댄스 클럽은 춤
에 미친 10대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국내 음반시장은 이
들에게 제공하는 댄스 음악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TV에서 모 가수의 어떤 춤이 인상적이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금세
유행이 될 정도로 전염성도 대단하다. 이는 10대들이 어디서든 끼리
끼리 모이면 최신 유행 댄스에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적극적으로 전
파에 나선 결과이다.

댄스 자키 홍영주(26)씨는 "요즘은 초등학생도 백댄서가 되겠다고
나섭니다. 실제 가수들 뒤에서 춤을 추는 백댄서의 90%는 바로 10대
들이죠"라고 말했다.

● 10대들은 쉬운 춤보다 어려운 춤 선호.

10대들은 어떤 춤들에 열광하고 있을까. 요즘 유행하는 춤들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DJ DOC의 '엽댄스', 쿨의 '바닷게춤', 박
진영의'수영춤' 등은 재미있고 귀여우며 따라하기 쉬운 춤이다. 배운
대로 추는게 아니라 맛깔스럽게 추는 춤이 유행인 것이다. 이들 춤들
은 리듬에 맞춰 흔들기보다 가사에 맞추어 흔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
런 쉬운 춤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홍씨는 "사비(반복되는 부분)에 이
런 재미난 춤을 추어야 사람들이 기억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기억
을 많이 하면 그만큼 앨범을 많이 찾게 되고 따라서 가수와 매니저들
은 유아들도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춤들을 필사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이죠"하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춤은 주로 20대와 30대
들, 아니면 10대 이하의 층을 겨냥하고 있다. 진짜 춤을 좋아하는
10대들은 이런 춤들을 거부한다. 10대 춤꾼들이 즐기는 춤은 힙합춤,
브레이크 댄스, 하우스춤, 솔춤 등이다. 힙합춤은 몸에 웨이브(물결
처럼 흘러간다는 뜻)를 주면서 몸을 꺾고 돌린다. '쿵쿵 따' 하는 리
듬에 맞추어 추기 때문에 각이 서면서 딱딱 끊어진다.하우스춤은 '쿵
짝쿵짝'하는 리듬에 맞춰 추기 때문에 힙합춤에 비해 연속적이다. 주
로 발을 사용하는 스텝 위주의 춤이다. 브레이크 댄스는 온몸을 따로
따로 틀리게 움직이는 것이다. 솔춤은 흑인들의 랩에 맞추어 몸을 흥
겹게 상하로 흔드는 것을 말한다. 솔춤은 좌우로 뛰어다니는 하우스
춤과는 달리 그 자리에서 방방 뛰어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펑키 춤은
이 솔춤에 굉장한 파워를 가미한 것이다. 특히 가슴에 많은 힘을 준
다. 이 춤들은 70년대 디스코에 뿌리를 두고 있다.

10대는 이 중에서도 힙합춤을 선호한다. 패션도 힙합이 대세를 장
악하고 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박스 티셔츠(품이넓은 티셔츠)에 머
리에는 두건을 쓰고 통큰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닌다.이렇게 헐렁한 옷
을 입어야 온몸 관절을 편하게 움직일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
다. 또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귀걸이 목걸이를 많이 착용한다. 마
치 구본승의 노래 제목처럼 액세서리를 하나라도 더 착용하면 춤출때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힙합춤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원
조이고 현재 듀스, 유승준, 지누션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통 힙합
춤은 일반인들이 전혀 따라 출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요즘 최고 인
기를 누리는 지누션의 경우 쿵후춤, 삐삐 진동춤 등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춤을 가미하여 힙합춤을 대중화 하는 데 성공했다.

● 힙합춤은 브레이크 댄스가 기본.

힙합춤의 달인이 되려면 먼저 브레이크 댄스의 기본적인 동작을
마스터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각기'는 상체를 딱딱 끊는 것을 말한
다. 손과 발, 머리, 몸통을 관절이 뽑힌듯 따로 놀아야 한다. 최소한
1년이상 연습해야한다. '가세'와 '나이키'는 비슷한 동작이다. 한손
을 땅에 짚고 물구나무서듯 몸을 거꾸로 세워 두발로 나이키 상표를
긋는 것이 '나이키'이고 '가세'는 나이키 상표 대신 공중에 가위표를
긋는 것을 말한다. '가세'와 '나이키'는 춤꾼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
저 하는 연습이다.반면 '토머스'나 '나인 투 나인'은 가장 나중에 연
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토머스'는 팔로 몸을 지탱하면서 체조의 안
마처럼 다리를 돌리는 것을 말한다. '나인 투 나인'은 두 손을 땅에
대고 물구나무서기 하듯 몸을 띄우면서 공중을 도는 것이다. 이 외에
도 머리를 대고 빙빙 도는 '헤드 스핀', 누워서 다리를 돌리는 '베이
비',뒤로 몸을 한 바퀴 돌리는 '레인보' 등의 동작이 있다. '윈드밀'
은 어깨를 땅에 대고 두 다리를 공중에서 돌리는 것이다. 이들 명칭
들은 10대들이 스스로 만들어 스스로 유통시키는 은어들이다.

이들 동작은 말처럼 쉽지 않다. 준비 운동을 철저하게 하지 않으
면 접찔리거나 삐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윈드밀'을 하다가 팔이 빠
지기도 하고 '헤드 스핀'을 하다가 머리카락이 한움큼씩 빠지는 경우
도 적지않다. 한 동작을 하더라도 온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도 크다. 특히 처음이 어렵기 때문에 많이들 시작부터 춤꾼이 되
기를 포기하곤 한다. 춤을 잘 추기 위해서는 식생활도 바뀌어야 한
다. 몸이 유연해지기 위해 식초를 많이먹기도 하고 날계란을 많이 먹
는 사람도 있다. 체력 보강을 위해 주말이면 삼겹살을 몇인분씩 먹어
치우기도 한다.

● 10대 춤꾼들을 겨냥한 클럽 우후죽순.

이들 10대 춤꾼들의 해방구는 바로 나이트 클럽이다. 이태원의
'문라이트'가 대표적이다. 저녁 늦게까지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백댄
서들이 밤 12시가 넘어 어슬렁어슬렁 이 나이트 클럽으로 모인다. 이
곳에서는 일반 나이트클럽과는 달리 블루스타임이 없다. 기껏해야 쿨
리오의 '갱스터 파라다이스' 같이 느린 템포의 댄스곡이 나올 뿐이
다. 가요는 나오지 않고 오직 랩과 힙합만 나온다. 홍영주씨는 바로
이 나이트 클럽을 자주 찾다가 댄서가 된 경우이다. 한편 대학로, 홍
대 앞, 돈암동에는 기본 입장료만 내고 캔 음료만 마시면서 맘껏 춤
을 출수 있는 공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테이블도 없고 춤추기 위한 플로어만 있는 이런 곳을 10대들은
많이 이용한다. 강남의 유명 나이트 클럽처럼 비싼돈을 주고 술을 사
먹을 필요도 없고 록 카페처럼 직장인 대학생 등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이지도 않는다.

홍대 앞 댄스 클럽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지금은 학교에 댄스
부도 있어요. 저는 춤추고 싶어서 밤을 헤맵니다. 학교 축제 때나 수
학여행 때 전교생 앞에서 나이키나 가세를 연출하면 대영웅이 되거든
요"하고 말했다.하루에 "얼마나 연습하냐"고 물었더니 "자는 시간 빼
놓고는 전부 춤 연습합니다. 노는 기분으로 하니까 힘이 든 줄을 모
르겠어요. 아마 춤은 철저한 자기만족인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나이트 클럽을 자주 찾는 춤꾼들은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이면 백
댄서를 위한 양성소를 찾는다.서울만 하더라도 '꾼', '데미지', 'ING'
등 이런 곳이 5∼6군데에 이른다. 이들 10대 춤꾼들은 백댄서에서 가
수로 성공한 클론의 강원래와 구준엽,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 양
현석, 킵 식스의 심영호 박동호, 박진영, 지누션의 신화를 꿈꾸며 백
댄서의 문을 두드린다.

대표적 춤꾼 양성소인 '꾼'의 노현태(26) 대표는 "예전에는 끼 있
고 잘 노는 학생들이 많이 왔는데 요즘에는 공부 잘하고 착실한 모범
생 스타일도 많이 옵니다. 사실 춤추는 애들은 학교에서 별로 좋지않
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죠. 이들이 춤에라도 미치니까 학교에
서는 오히려 잘됐다고 환영하는 기색입니다"고 말했다.

양성소를 거쳐 백댄서가 된 정유석(20)씨는 "나이트 클럽에서 춤
을 잘 추는 사람을 보고 신기했어요.사람 몸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까"라는 동경 때문에 춤을 시작했다고 한다. 춤을위해 고등학교를 중
퇴한 정씨에게 "몸에 무리가 오지는 않냐"고 묻자 "원래 튼튼한 애들
이 춤을 추니까 몸 망가지는 애들은 별로 없어요. 하루 자고 나면 거
뜬해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문제는 조로 현상이다. 대개 이 바닥에서는 20대 후반이
면 현장에서 발을 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춤에 미친 10대들은
그렇게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춤추는 순간에 무아지경
을 느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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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춤의 계보…맘보에서 막춤까지
서태지와 아이들의 힙합춤 지금도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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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서 유행하는 최신 춤이 곧바로 우리 나라에서도 인기를 얻
게 된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한 90년대 초반부터였다. 그 전
에는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 50년대 맘보 차차차 지루박, 60년대 트
위스트,70년대 디스코와 허슬이라는 세계적인 유행의 물결에 우리 역
시 예외일 수는 없었지만 이들 춤은 모방용이라기보다는 감상용에 가
까웠다. 80년대 초반 마이클 잭슨이 '빌리 진'이라는 곡과 함께 전세
계적으로 히트 시킨브레이크 댄스 역시상당한 시차를 두고 국내에 소
개돼야만 했다. 80년대 후반에 가서야 박남정 김완선이 이를 유행시
킨 것이다. 이들이 유행시킨 춤은 온몸에 웨이브를 주면서 연체 동물
처럼 흐느적거리거나 로봇의 동작을 응용해 전신을 딱딱 끊으며 추는
변형된 브레이크 댄스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기 직전 유행을 끌었던 춤은 솔춤(일명
토끼춤)이었다. 토끼처럼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나미의 '인디언 인형처럼'이 대표곡. 서태지와 아이들은
솔춤의 유행에 종지부를 찍고 당시 미국에서 선풍적인기를 끌었던 힙
합춤을 선보였다. 이들은 춤과함께 헐렁헐렁한 통큰 바지, 거꾸로 쓴
모자, 초대형 운동화 등 패션까지 10대들 사이에서 유행시켰다. 분절
된 리듬에 맞춰 순간순간 몸을 정지시키는 이 힙합춤은 지금까지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는 한 장르의 춤이 독점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른바 춤의 춘추전국시대가 전개됐다. 박진영은 솔춤을 다시
들고나왔고 R.ef는 재즈 댄스 솔춤 힙합춤 등을 잡탕식으로 섞은 하
우스춤을 들고나와 대유행시켰다. 특히 나이트 클럽 문화가 활성화되
는 90년대중반부터 하우스춤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유행하게 된다. 90
년대 후반 들어서는 복고의 물결이 불어닥쳤다. 이미 죽은 춤으로 평
가받던 트위스트를 터보가 재유행시켰고 신승훈 역시 50년대 인기춤
이었던 맘보를 부활시켰다. 이들 라틴풍의 춤이 재유행하면서 스페인
을 고향으로 하고 있는 마카레나춤이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힙합춤과 함께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춤은 '막춤'이다. 누구나 출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군인 아저씨나 관광 버스 안에서
아줌마들이 주로 추었던 이 춤은 그간 춤꾼들 사이에서는 철저히 무
시돼왔다. 하지만 클론의 '도시 탈출',쿨의 '해변의 여인', DJ D0C의
'DOC와 춤을' 등 요즘 인기곡들을 보면 대부분 '막춤' 동작을 응용하
고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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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기와 춤은 따로따로
최고인기 H.O.T.와 젝스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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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 H.O.T.와 젝
스키스. 그렇지만 이들의 춤까지 10대들 사이에서 최고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따라 하기에는 너무 격렬하기 때문에 춤
자체가 유행이 되지는 못했다. 이들의 음악은 요즘 주류인 달콤한 댄
스 음악과는 거리가 먼 강력한 갱스터랩과 메탈 힙합이다. 음악이 강
렬한만큼 춤도 강렬할 수밖에 없는것. 관절에 상당한 무리를 주는 브
레이크 댄스가 이들 춤 동작의 기본을 이루고 있지만 구체적인 춤들
은 자신들이 직접 개발해 내놓았다. H.O.T.는 2집 앨범의 타이틀곡
'늑대와춤'에서 늑대춤과 태권도춤을 선보였다. '하나 둘 셋'에 맞춰
팔과 고개를 징그럽게 돌리는 늑대춤과 태권도 동작을 응용해 늑대를
쳐부수는 시늉을 하는 태권도춤이었다. 동작 하나하나에 최대한의 힘
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이 춤은 상당히 고난도였고 이 때문에 멤버 중
문희준군은 어깨의 건초염이 악화돼 활동을 잠시 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두번째 히트곡 '행복'에서는 쉬운 춤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블루스춤', '어깨동무춤', '모델 사진포즈춤' 등 재미있고 특
징적인 세가지 춤을 선보였다.

젝스키스의 춤은 기계 체조를 방불케한다.그들은 일명 '백다운'이
라고 해서 수직으로 뒤로 넘어지는 춤을 선보였다. 척추에 상당한 충
격을 주었기 때문에 춤추고 난후 멤버들은 등, 목, 뒷머리 부분의 통
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안무가 노현태씨는 "H.O.T.의 경우 힙합춤에 솔춤 느낌을 가미해
서인지 그룹 전체로서 춤은 더 보기가 좋고 우아합니다. 젝스키스는
멤버 개인들의 춤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잡기와 브레이킹에 강점이
있습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