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새 가요계 최대 화젯거리는 댄스그룹 H.O.T 2집 얘기다.
H.O.T는 영어 철자대로 '핫'으로 읽으면 구세대고, '에쵸티'라
해야 신세대축에 낀다는 우스갯 소리를 만들어낸 10대 아이돌 스
타다.
지난주 초 출반된 새 앨범은 불과 1주일만에 50만개가 넘게 나
간 것으로 집계됐다. 음반업계 관계자는 "산매상마다 물량을 확보
하느라 난리다. 이 추세면 며칠 안에 1백만개를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 레코드숍 직원은 "하루 CD 판매량이
1백50개, 테이프는 1천∼1천5백개나 된다"며 "CD를 하루에 이렇게
많이 팔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판을 찾는 층은 10대, 그중에도
국민학생과 여중생들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H.O.T 돌풍은 웬만큼 예상됐었다. 지난해 1집 '전사의
후예'는 표절시비 속에도 10대 팬 지지를 업고 1백만개 가까이 팔
렸다. 방송 연예 프로그램에선 몇달 전부터 2집 출반 날을 카운트
다운하며 바람잡았다.
그래도 막상 몰아친 '광풍'을 보는 가요 관계자들은 착잡하다.
판이 나오자마자 사서 들었다는 음반기획자 P씨는 "서태지류 갱스
터랩 '늑대와 양'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사운드만 요란하고 귀에
들어오는 곡이 없다. 전혀 기대밖이다"고 말했다. H.O.T 2집에 대
한 부정적 평가는 거의 공통적이다.
그런데 왜 팔리는 것일까. 평론가 H씨는 "어느 사회나 10대는
좋아하는 스타에게 집단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열광하는 속성이 있
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은 음악이 실린 판이 아니라 '판처럼 생긴 스타의 이미
지'를 사는 셈이다. H.O.T 2집의 인기는 그들에 볼모잡힌 방송-가요계가 낳은 또 하나 왜곡일 뿐이다." < 권혁종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