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Kids)가 몰려온다. 가요를 필두로
방송 영화 비디오 광고에 이르는
대중문화계에 초등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키드집단이 중요한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새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요즘 초등학교 3∼4학년은 스스럼
없이 {우리도 10대}라고 선언한다.

[10대 문화]의 중심축이
하이틴(highteen)에서
로우틴(lowteen)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이들의 구매력은 이미 음반시장에서
밀리언 셀러를 만들어낼만큼
위력적이다. [10대 문화] [10대
산업]이라는 용어는 [키드 문화] [키드
산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어른들이
눈길을 두지 못하는 사이 어느덧
문화시장 중심부에 입성해 있는 우리
어린 아이들. 이들의 또래문화 현장을
본다.

● 가요.

『열살짜리가 판을 사야 히트한다.』 가요시장에서 꼬마들이 휘두르는
막강한 파워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이들은 더이상 언니 오빠가 좋아
하는 노래를 옆에서 따라부르는 「코흘리개」가 아니다. 자기네 힘으로
「키드 스타」를 만들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H.O.T 신드롬」부터가 그렇다. 예쁘장한 남자 고교생 5명으로 구성
된 댄스그룹 H.O.T는 지난 연말 등장한 뒤 몇달새 1백만개 가까운 앨범
을 팔아치웠다. 음반업계에선 절반 이상을 초등학생, 나머지는 중학교
1∼2학년들이 샀다고 말한다.

정글북레코드숍 박재선씨는 『H.O.T의 경우 초등학생과
중학생 비율이 6대4쯤』이라며 『중학교 2학년만 넘어가도 별로 찾지 않
는다』고 말했다. 양재동 뮤직마트 유인선씨도 『영턱스클럽 주주클럽 룰
라언타이틀 같은 「10대 댄스스타」 음반은 초등학생들이 30∼50%를 사간
다』고 말했다. 레코드숍 70여곳을 설문조사했더니 초등학생 구매
비율이 15∼20%선. 높은 곳은 30%나 됐다. 국내 연간 음반시장 3천5백
억원중 수백억원이 키드들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셈이다.

강남 A초등학교에서 한 조사는 더 재미있다. 한 학급 36∼40명
중에서 좋아하는 가수나 그룹의 판을 직접 산다는 어린이가 6학년 26명,
5학년 21명, 4학년 18명, 3학년 11명이었다. 1∼2학년도 4명과 8명씩
됐다.

TV가요프로에서 상위를 차지한 앨범이 바로 다음주에 많이 팔리는
식으로 이들은 TV에 민감하다. 또래 친구들이 하는 노래나 춤을 못따라
하면 따돌림을 받는다. 그래서 일단 키드그룹 인기에 불이 붙으면 순식
간에 몇십만개씩 팔려나가는 「몰표 현상」이 빚어진다.

이들은 인기 그룹 옷과 소품도 흉내낸다. 딱지 반지 목걸이 모자집
게에 이르기까지 가수-그룹들의 캐릭터 상품은 「또래문화의 상징」이다.
강남 B초등학교에선 6학년 어린이중 절반 이상이 이런 물건을 갖고 있
고, 5개 이상 가진 어린이도 10여명이나 됐다.

이들은 가요시장 유행과 기획방향마저 바꿔놓았다. 매니저 김광수씨
는 『단순한 노래, 기발한 춤, 깜찍한 이미지는 요즘 댄스그룹의 3대 기
획포인트』라고 말한다. 복잡한 걸 싫어하고, 새로운 것에 민감한 어린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 광고.

광고계도 「어린이는 잠재고객」이라는 기존 개념을 넘어섰다. 부모
를 졸라 『이 제품을 사자』고 주장하는 「브랜드 추천 집단」으로 보기 시
작했다. 광고는 「씽씽이」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등장시
킨다. 곤경에 빠진 새와 돼지들을 씽씽이가 구해준다는 동화같은 줄거
리다. 『다정한 내 친구 아기자동차 씽씽이』라는 CM송도 붙였다. 박대성
차장은 『마케팅 조사 결과 자동차 구매를 위한 가족회의에서
어린이도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가전제품 광고회사
도 어린이의 「브랜드 추천율」을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를 겨냥해 기업 이미지 광고를 펼치는 「퓨처 마케팅」(Future
Marketing)은 일반화 단계다. 그룹 광고에서 탤런트 가 어린이
를 안아 올리거나 이 지프에 어린이를 태우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 비디오.

연간 6백억원규모인 판매용 비디오시장에서 애니메이션과 교육물처
럼 어린이를 겨냥한 제품은 50% 안팎을 차지한다. 한국에서 월트
사는 만화영화만으로도 연매출 1백억원을 올린다. 「라이온 킹」이 28만
장, 「」 23만장, 「백설공주」가 18만장 팔렸다. 10만장을 넘으
면 큰 히트로 보는 비디오업계에서 엄청난 양이다. 비디오를 판
매하는 브에나비스타안홍주이사는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비
용이전체 30%쯤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 영화.

작년 7월 개봉된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은
서만34만명을 동원했다. 전국적으로는 1백만명선. 비디오 판매량도 13
만5천장에 이르렀다. 영화기획사 팀웍의 민실장은 『예전엔 부모를
따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아기공룡 둘리」는 초등학생들끼리 오
는 예가 많았다』고 말했다. 팀웍측은 초등학교앞 문구 가게들에 판촉물
을 붙인 게 큰 효과를 보았다고 자평했다.

● 방송.

방송에도 초등학생들 참가가 잦다. 밤8시 2FM 「의 볼륨을
높여요」 최봉현PD는 『청취자 코너에 오는 전화중 40%쯤은 초등학생들』
이라고 말했다. 밤10시대 AM 「별이 빛나는 밤에」 김정관AD는 『뉴키
즈답게 PC통신을 많이 이용하는 게 특징』이라며 『어린이들을 걸러내느
라 애먹는다』고 말했다. < 권혁종-윤정호-이동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