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두고 죽어서 좀 아쉽다
김정일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걱정
침착하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냉면집 실향민들 몰려 축하주 들어
반응-표정
북한주석 김일성 사망 급보는 전국민들을 놀라움에 빠뜨렸다. 토요일인 9일 낮 방송을 통해 김일성 사망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김일성이 분단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16일 앞두고 갑작스레 사망했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과 의아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또 그의 사망에 따른 남북통일에의 기대와 아울러 한반도에 또 다른 긴장사태가 나지 않을까하는 우려 등도 한꺼번에 교차하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국민들은 불과 10여일전 카터 전미대통령의 평양방문때만 해도 건강한 모습을 보였던 김일성의 사망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신문사와 방송사 등에 "정말 사망했느냐" "암살당한 것아니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거리표정
퇴근길을 재촉하다 사망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이날 저마다 tv나 라디오앞에 발걸음을 멈춘 채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속보에 귀를 기울이거나 길거리에 서서 신문 호외를 읽는 모습들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영등포역에 설치된 tv앞에는 시민들 1백여명이 몰려들어 김일성 사망소식을 지켜봤다. 또 역전 상가 곳곳에서는 "김일성이 죽었다"는 행인들의 고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와 길가던 시민들이 깜짝 놀라 인근 가게들로 달려들어가 tv를 시청하기도 했다. 서울 청진동 무교동 등 식당가에서는 점심을 들며 건배를 하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영등포역에서 tv를 보던 김봉환씨(60 충남 공주군 신풍면)는 "몇년전 김일성이 죽었다고 했을 때는 좋아했었는데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망해 오히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해도 연백에서 1 4후퇴 이후 월남했다는 황옥순씨(59 여 영등포구 당산2동)는 "김일성이 죽기전에 통일을 위한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했었다"며 "김일성 사망으로 정상회담 개최가 무산되면 이번만은 고향에 갈 수있을 것같다 며 기대해온 팔순의 어머니가 몹시 실망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la로 출발하기 위해 탑승절차를 밟던 회사원 김상철씨(39)는 "김일성의 사망소식은 충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같다"며 "남북의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반응
많은 시민들은 후계자 계승에 따른 북한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인한 불상사를 우려하기도 했다. 6 25때 황해도에서 내려온 실향민 김성숙씨(63 서울 마포구 마포동)는 "김일성이 나쁜 짓을 많이 하고도 오래 살아 솔직히 속이 후련한 감도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혼란보다는 통일을 향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신현일씨(33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도 "옛날같으면 사망소식에 무조건 좋아했을텐데 정상회담등 통일을 위한 조그마한 실마리가 풀려가는 상황이라 아쉽다"며 "정확한 사인이 자연사라면 좀 지켜봐야 하겠지만 내부 암투에 의한 것이라면 북한 못지않게 우리도 혼란을 겪지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향민
이날 북한출신이 경영하는 냉면집 등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실향민들이 모여 김일성 사망과 고향 얘기 등을 밤늦게 까지 주고받는 모습들이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평양면옥의 경우 평소보다 2배 이상인 4백 그릇의 냉면이 팔렸으며, 대낮부터 축하주 를 마시는 노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집의 주방장은 "오늘은 특히 많은 실향 노인들이 찾아와 거나하게 술에 취해 돌아갔다"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동남면옥에도 냉면 5백여 그릇이 팔려나가는 등 실향민들로 붐볐다.
귀대장병
청량리역과 서울 상봉시외버스터미널 등은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휴가를 나왔다 급히 부대로 돌아가는 장병들의 모습으로 긴장된 분위기였다. 청량리역은 귀대장병과 주말 나들이를 떠나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증권가
증권회사들은 김일성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에게 대기명령을 내린 가운데 긴급회의를 소집, 향후 대책을 모색하느라 바빴다.
동서증권 홍보실 사재훈대리(31)는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지금까지 짜놓은 투자전망분석이 모두 휴지조각이 돼버렸을 뿐 아니라 당분간 주가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