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이어 천리안도 코너신설/독후감 싣는 등 젊은이도 "기웃" 맑
은 물이 흘러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는 청계천. 종로 일대의 야시장과
변사(변사)가 나오는 단성사. 서대문 사거리 농협자리에 있었다는 동양
극장. PC통신에 들어가면 어릴적 할아버지 할머니의 무릎에 앉아 들
었던 옛날 얘기가 모니터에 가득 떠오른다. 하이텔에 노인전용의 원로방
코너가 생긴 후 손자들의 독차지였던 컴퓨터 앞에 환갑을 넘긴 노인들
이 앉아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PC통신 인구가 늘어
나면서 하이텔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원로방은 올해로 3년째. 부산
, 대구, 광주 등에 지역원로방이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미국
의 노인전용 통신망인 시니어 네트 등 외국 원로방과 국제교류도 한다
. 원로방 안에는 노년층을 위해 특화된 코너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
어 젊은이들의 동호회 수준을 뺨치고 있다. 노인통신이 인기를 끌자 천
리안도 지난 해 10월부터 원로통신동호회를 개설, 서울 부산 춘천 등
에 지역모임을 만들었다. 이중 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너는 하이텔
의 노변정담 과 추억의 책장 . 노변정담 은 말 그대로 난로가에
서 구수한 얘기를 나누는 통신 노인정. 서로간의 안부를 물으며 노년의
적적함을 달래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있다. 인생회고담이
담긴 추억의 책장 은 노인들이 추억에 잠기기에 안성맞춤이다. 27
년에 생긴 서울 최초의 다방 카카듀와 29년에 YMCA 근처에 생겨
이광수와 복혜숙이 자주 다녔다는 멕시코 다방얘기, 경성수학여행과 금강
산 기행 등 . 코너의 특성상 무게와 교훈이 함께 실려있는 글들이 많
다. 원로방의 고풍스런 문어체와 고사성어, 가끔씩 틀리는 맞춤법에 매
료당한 젊은이들의 독후감 도 자주 눈에 띈다. "노인이니까 컴맹(
컴퓨터 문맹)이려니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일흔살이 되면서 PC를 배
운 강태원할아버지(74)의 말이다. 김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