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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
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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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공수처... 손준성에 친 ‘1호 구속영장’ 기각

최재훈 기자 김영준 기자
입력 2021.10.26 22:45

법원, 고발사주 의혹에 “구속 필요성 인정 안돼”
법조계 “조사도 않고 영장 청구... 기각 자초해”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해 속도를 붙이려던 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됐다.
영장 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및 사건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 어렵다”면서 “심문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021년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공수처는 손 검사가 수차례 약속된 소환 조사 일정을 미루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날 영장 심사 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손 검사는 곧바로 풀려나 귀가한다.
이날 영장 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공수처는 여운국 차장 등 검사 4명이 출석해 프리젠테이션(PPT) 자료로 사안의 중요성과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손 검사 측은 무고함과 피의자 방어권을 무력화한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구두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지난 20일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3일 소환조사도 없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는 심사 전날 오후에야 영장 청구 사실을 손 검사 측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손 검사 측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형해화시키고 헌법상 기본권 행사를 침탈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도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해 당사자 조사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공수처 결정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피의자가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방어권 보장을 위한 기회와 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영장을 거듭 청구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손 검사 측은 “공수처 검사가 야당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언급하며 출석을 종용했다”며 검사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성명불상자’에게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하게 한 뒤 이를 야당 측에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는 총선에서 여론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고발장 작성자를 ‘성명불상자’로 적시했다는 자체가 아직까지 작성자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얘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법조인은 “구체적인 범죄 사실도 특정하지 못한 채 섣불리 영장을 청구해 기각을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공직선거법도 미수 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손 검사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공수처는 또 손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지현진씨의 과거 판결문을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관들에게 형사사법정보스스템(KICS)에서 찾아오도록 지시해 유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수사관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 기각 직후 공수처는 입장문을 내고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추후 손준성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출범 이후 1호 체포영장, 1호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