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왕성해진 벌의 활동으로 벌에 쏘이는 사고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자 행안부와 소방청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13일을 기해 전국에는 사상 첫 벌쏘임 주의보도 발령됐다.
행안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 동안 벌에 쏘여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6만9890명인데, 절반이 넘는 55.8%(3만8970명)가 8월(27.6%·1만9289명)과 9월(28.2%·1만9681명)에 집중됐다. 벌에 쏘여 숨지는 사망사고도 2017년 12명, 2018년 10명, 2019년 9명 등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벌에 쏘인 사람들을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7.5%(1만9247명)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1.2%(1만4838명), 40대가 16.9%(1만1810명) 순이었고, 70세 이상 환자도 13.2%(9229명)였다. 특히 50~60대 등 중장년층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국립생물자원관 변혜우 연구관은 “나이가 들면서 체질도 변하고 벌 독 등에 대한 민감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고령자분들은 특히 벌 쏘임 사고에 주의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을 공격하는 벌 중에서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몸길이 2~2.5㎝의 등검은말벌은 원래 동남아가 주서식지였지만 1990년대 후반 부산 지역을 통해 유입된 뒤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붕 처마 아래 집을 짓는 등 도심에서도 자주 출몰하고 있는데다 토종 벌을 공격하는 습성도 있어 ‘곤충계의 황소개구리’로 불리기도 한다.
등산객들이나 벌초객들을 공격하는 땅벌·장수말벌 역시 주의대상이다. 특히 벌침을 한 번만 쏘고 죽어버리는 꿀벌과 달리 말벌류는 여러 차례 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소방당국은 당부한다. 벌에 쏘이면 통증과 가려움, 두드러기는 물론 심할 경우 심장발작과 호흡곤란까지 올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과민성 쇼크’가 발생하면 1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벌에 쏘이는 것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야외 활동시 소매가 긴 밝은 색의 옷을 입고 역시 밝은 색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것이다. 향이 진한 향수나 화장품은 피하는게 좋다. 탄산음료 등 달콤한 음료도 벌의 공격을 자극할 수 있어 자제하는게 좋다.
국립공원공단의 실험 결과 말벌·땅벌 등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 더욱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벌들의 행태에 대해 국립공원연구원 한태만 연구사는 “자신들의 천적인 곰, 오소리, 담비 등의 털빛깔이 대체로 어둡기 때문”이라며 “벌들의 활동이 활발할때는 밝은 색의 옷과 모자로 몸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팔을 휘두르는 등 몸짓을 크게 하지 말고 머리부위를 감싸고 벌집에서 20m이상 떨어진 곳으로 즉시 대피해야 한다. 땅에 엎드리거나 웅크리면 더욱 많이 공격받기 쉽다. 벌에 쏘였을 때는 쏘인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어 주고 얼음주머니 등으로 차갑게 한 후 즉시 병원으로 가거나 119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소방청은 올해 처음으로 벌 쏘임사고 주의보제를 도입하고 지난 13일 오전 9시부로 전국에 최초 발령했다. 벌 쏘임사고 주의보는 벌 쏘임 사고가 주 300건 이상 또는 벌집제거 출동이 주 7000건 이상 2주 연속 발생하거나 예상될 때 발령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예년의 사례로 볼 때 9월에는 경보단계로 상향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