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장마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염과 열대야가 닥쳤다. 기상청이 오는 20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 안팎의 폭염을 예보한 가운데 더위가 코로나 방역의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북 울진 금강송의 낮 최고 기온은 36.3도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강원도 삼척 신기면 36.2도, 대구·경산 36.1도, 부산 금정구 36.1도 등의 순이었다. 기상청은 19일 대구의 낮 최고 기온이 38도까지 오르며 올여름 최고 기온(지난 15일 대구·경산 37도)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했다. 19일엔 서울 34도, 대전 35도, 대구 38도, 포항 38도, 부산 33도 등으로 전국적으로 가마솥더위가 예상된다.
◇19~20일 올여름 최고 기온 예상
더위는 주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의 낮 기온은 28~37도 수준이고, 경상도를 중심으로 35도 이상의 기온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한다. 밤에도 더위가 식지 않아 열대야가 전국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까지 사흘 연속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를 보내야 했다. 기상청은 "한반도가 고온다습한 고기압 중심에 들며 19~20일까지가 올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더위는 오는 24~25일쯤 중부 지방에 비가 내리면서 잠시 주춤할 전망이다.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 발생
올해 첫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자도 나왔다. 18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5시쯤 예천의 한 밭에서 일하던 52세 여성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여성은 중환자실에서 호흡과 맥박이 불규칙한 상태로 있다가 17일 오후 4시쯤 사망했다. 사고 당일 예천의 낮 최고기온은 34.9도까지 올랐다. 제주도도 지난 14일 제주시 자택에 있던 85세 남성이 온열질환이 의심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16일 새벽 숨졌다고 18일 밝혔다. 제주도에선 지난달 28일부터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에 '턱스크족' 늘면 방역 부담
폭염이 이어지면 에어컨을 켠 실내로 몰리게 되면서 코로나 방역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감신(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은 "더위가 지속되면 실내 활동을 선호하게 돼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밀접·밀폐·밀집, 즉 3밀 환경이 만들어지기 쉽다"며 "장마가 지속되면서 무더위 방역 수칙이 느슨해졌는데, 냉방 기기를 사용하면서도 자주 환기를 하고 실내에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는 건강 취약 계층에게 위협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무더위에 노인들이 냉방 기기가 달린 노인정 등에 한데 모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환경은 코로나 방역에는 무척 취약하다"며 "고령층은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이 어려워지거나 체온이 오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방호복을 입고 근무해야 하는 선별진료소 의료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기석(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최근 수도권 확산세가 급격히 커지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