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는 40~50대 중장년층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대출빙자형’, 여성은 ‘사칭형’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연간 1000억원을 빌려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를 신고한 13만5000명의 연령·성별·신용등급별 특징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금감원이 보이스피싱 피해자 속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성은 ‘저금리로 갈아타세요’ 여성은 ‘엄마, 나 용돈 좀’에 약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유형을 크게 ‘대출빙자형’과 ‘사칭형’으로 구분한다.
대출빙자형은 ‘저금리로 대출을 갈아타게 해주겠다’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보내게끔 하거나, 기존 대출금 등을 자신에게 보내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칭형은 수사기관이나 금융회사 등을 사칭해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검찰이나 금감원 등이 주로 사칭에 쓰인다.’당신 계좌가 범죄에 쓰였다.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면 계좌 비밀번호 등을 수사관에게 말하라’는 식이다.
최근에는 ‘메신저 피싱’도 늘고 있다. 지인을 사칭해 소셜미디어나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해 돈을 뜯어내는 방식이다. ‘엄마, 나 급한데 ○○만원만 송금해 줘’라고 하는 식이다. 메신저피싱은 지난 2017년만 하더라도 1116건에 그쳤다. 그런데 2018년 8152건, 작년 6687건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금감원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주로 ‘대출빙자형, 여성은 ‘사칭형’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피해비중은 남성이 51.6%, 여성은 48.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대출빙자형 피해는 남성(57.9%)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성(42.3%)에 비해 높았다.
사칭형 피해는 여성(69%)이 남성(31%)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중이 높았다. 메신저피싱 역시 피해자 가운데 여성 비중이 70.6%로 남성(29.4%)에 비해 훨씬 높았다.
◇보이스피싱 먹잇감은 50대였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전체 피해자 셋 중 하나(32.9%)꼴이었다.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 다음은 40대(27.3%), 60대(15.6%) 등 순서였다.
대출빙자형에서는 50대(33.2%), 40대(31.4%), 30대(16.1%) 등 순서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 수요가 많은 40~50대 피해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사칭형에서는 50대(32%) 피해 사례가 가장 많은 가운데, 60대(24.3%)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메신저 피싱 피해도 50대(41.6%), 60대(28.4%), 40대(16.5%) 등 순서였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대출 빙자형’ 사기에 잘 속아넘어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전체 피해자 가운데 58.8%가 7~10등급 저신용자로 분석됐다.
◇연간 1000억원 대출까지 받아 사기꾼에게 보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단순히 자기 계좌에 든 재산을 사기꾼들에게 넘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금융회사에서 대출까지 받아 사기꾼에게 보낸 것이다.
최근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2893억원을 빌려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에게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대출빙자형(91%)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범들은 피해자들이 얼마만큼 빌릴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사전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보이스피싱 취약층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받고 바로 상환하면 신용등급이 올라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또 금융회사의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도 활용될 예정이다. 예컨대 2금융권으로부터 대출금이 입금된 당일, 그간 거래가 없던 제3자에게 이체시 '이상거래'로 감지해 경고 신호를 보내는 등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