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 24일 이후 47일째 퍼부은 폭우로 38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된 것으로 9일 나타났다. 지난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이 붕괴된 폭우 피해 이후 9년 만의 최악의 물난리다. 특히 올해 장마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져 1000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절반이 산사태로 숨졌다.

지난 7~8일 폭우는 남부 지방을 강타해 이틀간 500㎜를 퍼부었다. 9일 오전 수마가 할퀴고 난 전북 남원시 금지면 상귀마을은 물이 빠지자 폭격을 당한 듯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물 폭탄으로 인근 섬진강 제방 일부가 무너져 흙탕물이 밀려와 마을은 수중 도시로 변했다. 주민 김모(48)씨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흙탕물이 논을 집어삼키며 다가왔다"고 말했다.

섬진강 범람, 물에 잠긴 구례 - 지난 8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이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진흙탕에 잠겨 있다. 지난 7~8일 구례에는 500㎜에 가까운 비가 내렸다. 9일까지 전국적으로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면서 지난 2011년 이후 9년 만에 최악의 수해를 기록했다. 지난 6월 24일 시작한 올해 장마는 이날까지 47일째 이어져 역대 최장 장마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섬진강 옆에 자리한 전남 곡성군 고달면 뇌죽리 뇌연마을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수년간 수억원을 들여 키운 블루베리와 망고를 폭우로 모두 잃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당국이 전북 임실 섬진강댐에서 갑자기 물을 흘려보내 피해가 컸다"고 주장한다. 비를 예상해 미리 물을 방류했으면 이번 홍수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남 구례 5일장은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이 범람하면서 40년 만에 물바다가 됐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경남 하동 화개장터도 430㎜에 가까운 집중호우를 맞고 32년 만에 물에 잠겼다.

기상청은 10일 제5호 태풍 '장미'가 경남을 관통하며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10일 새벽까지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긴 강수대가 형성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겠다"며 "강수량은 지역 편차가 크겠다"고 했다. 11일까지 누적 예상 강수량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100~200㎜지만, 국지적인 호우가 집중되는 수도권, 강원영서 북부, 제주도 산지와 태풍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되는 부산, 울산, 경남 등은 30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울릉도와 독도에는 20~60㎜의 비가 예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