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하는 공직자를 이대로 둬도 되나. 우리 사회는 거짓말하는 공직자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는다. 이들의 거짓말이 공론의 장을 더럽히면서 현안을 왜곡하고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채널A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7000억원대 금융사기범 이철 전 VIK 대표를 협박 취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대리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 요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기자가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 기자의 편지와 녹취록이 모두 공개됐지만 그런 내용이 없었다. 없는 말을 지어서 만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최 대표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1월에도 거짓말을 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2017년 10월과 2018년 8월 두 차례 인턴 확인서를 발급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재판에선 변호인을 통해 "2018년 8월 인턴 확인서는 내가 작성한 게 아니다"라며 말을 바꾸었다. 자신의 거짓말에 소통수석까지 가담하게 만들었다.
지난 7월 23일 재판에서는 또 하나의 거짓말이 탄로 났다. 그가 2017년 10월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는데, 그가 써준 인턴 확인서가 조 전 장관 아들 입시에 쓰인다는 걸 알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까지 "인턴 확인서가 입시에 활용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업무방해죄' 처벌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남을 거짓으로 모함하고 공직자로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놓고 국민에게 거듭 거짓을 말해놓고도 그는 공론의 장에서 말을 삼가기는커녕 검찰과 언론 개혁을 운운한다.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의 더러운 공작이 계속될 것"이라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는 독설(毒舌)을 퍼붓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도 지금까지 쏟아낸 거짓말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그는 정부 조직을 동원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했다. 지난해 8월 언론이 그의 아내와 자녀가 출자한 사모펀드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할 때, 그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명의로 "조씨(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가 펀드 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했다. 조범동씨 1심 재판에선 그 해명이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질 운영자임을 확인했고,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도 그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그는 '확인되었다'는 말까지 사용하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공직자의 거짓말을 단죄하는 문제에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법원까지 공직자의 거짓말에 면죄부를 준다. 선거 TV 토론에서 친형 강제 입원 지시와 관련해 자신은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답변했다가 당선 무효형을 받았던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적극적인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며 파기환송한 게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거짓으로도 민주주의가 성숙해질 수가 있는가. 정치 공론의 장이야말로 팩트가, 진실이 유통돼야 할 곳이다. 사실은 신념보다 신성하다. 신념과 이해가 충돌하더라도 팩트 앞에서는 굴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론의 장에서 거짓말을 하는 자들은 '거짓말쟁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