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잔인할수록 흥행한다고? 이러다 악역만 맡겠어요, 하하

조선일보
입력 2020.07.31 05:01

내달 개봉하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돌아온 이정재

살인청부업자 ‘인남’(황정민)을 쫓는 추격자 ‘레이’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등장만으로도 위압적인 살인마로 변신했다.
살인청부업자 ‘인남’(황정민)을 쫓는 추격자 ‘레이’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등장만으로도 위압적인 살인마로 변신했다. /CJ엔터테인먼트

이번엔 이유 따윈 필요 없는 악(惡)이다.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 '암살'의 변절자 역할로 인기를 끈 배우 이정재(47)가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또 한번 악역을 맡았다. 형을 죽인 살인청부업자 '인남'(황정민)을 목숨 걸고 뒤쫓는 무자비한 살인마 '레이'. '인남'이 유괴된 아이를 구하러 태국으로 떠나면서 이국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화려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30일 만난 이정재는 '악역 흥행보증수표'란 별명에 대해 "흥행하고 싶어서 악역만 제안하실까 봐 살짝 불안하네요"라며 반달 눈웃음을 지었다. "악역 캐릭터는 제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흥미롭게 만들어 볼 여지가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묘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옷·액세서리도 여러 번 바꿔 착용해보고 분홍 가발까지 써봤죠."

범죄 누아르 '신세계'(2012)로 468만 관객을 동원했던 황정민·이정재가 다시 만났다. 거친 남자들의 귀환이다. 잔혹한 폭력의 세계를 세련된 액션으로 포장했다. 쥐어짜는 신파가 없는 것이 장점이지만 서사는 다소 빈약하다. 악역에 구구절절한 전사(前史)를 부여하지 않고, 나쁜 놈끼리 치고받는 쾌감에 집중한다. 이정재는 "'레이'는 사냥 그 자체를 즐기는 맹수 같은 캐릭터"라고 했다. "그냥 딱 눈빛만 봐도 '아, 쟤는 죽일 때까지 쫓아가겠구나' 끄덕이게 하기 위해 노력했죠."

풀어헤친 셔츠에 목까지 뒤덮인 문신, 번득이는 눈빛으로 광기에 찬 악을 표현했다. 특히 신경 쓴 아이템은 첫 등장 장면의 휘날리는 흰색 롱 코트. "형의 장례식인데 검은색 정장 대신 새하얀 롱코트를 입고 나타나요. 복수는 핑계일 뿐, 또 사냥의 대상이 생겼다는 희열을 느끼는 거죠."

영화 '신세계'부터 배우 인생의 2막이 펼쳐졌다. 묵직한 저음으로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신세계) "내가 왕이 될 상인가"(관상) 등의 명대사를 만들었다. 이번엔 재일교포 억양이 살짝 묻어나면서도 섬뜩한 말투에 도전했다. '내가 사람을 죽이기 전에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알아?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으냐는 말이야' 같은 대사다.

그의 대사처럼 영화는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게 몰아붙인다. 살인 병기에 가까운 두 사람의 맨몸 액션부터 총격전, 차량 추격전, 폭파 장면까지 쉴 틈 없다. 액션 장면을 소화하다 어깨까지 파열됐다는 이정재는 "동작도 중요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잡히는 잔인한 표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절친 정우성의 영화 '강철비2'가 29일 개봉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맞붙게 됐다. "경쟁보다는 동맹으로 극장가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재가 연출로 데뷔하는 영화 '헌트'에 정우성이 출연을 고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4년 동안 퇴짜 맞았어요. 고민하고 있다는데 빨리 결정해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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