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총선 압승 후 정권 事故 신기록, 게다가 '오만과 뻔뻔'

조선일보
입력 2020.07.30 03:20 | 수정 2020.07.30 09:29

180석 압도적 의석 줬더니 실력 안 맞는 권력의 과부하… 100일 동안 사고 치기 바빠
오거돈, 박원순, 윤미향 사건, 北 도발, 집값 폭등, '인국공' 사과는커녕 목 세우고 호통까지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4월 23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비서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석 달 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비서의 성추행 고소를 전해 듣고 자살했다. 대한민국의 첫째, 둘째 도시가 동시에 '미투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성범죄는 "피해자 중심"이라던 정권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며 가해자를 감쌌다. 페미니스트 대통령, 여성 친화 집권당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

윤미향 사태는 5월 8일 터졌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30년 동안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폭로했다. "30년 동안 재주는 내가 넘고 돈은 그들이 먹었다"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 지원을 위한 기부금과 보조금 37억원이 회계장부에서 증발했다. 위안부 해결은 "피해자 중심"이라더니 "기억이 왜곡됐다" "심신이 취약하다"며 할머니를 치매로 몰았다. 위안부 운동을 반일(反日) 비즈니스의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던 정권의 민낯도 이렇게 드러났다.

6월 16일 북한은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집권당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포(砲)로 쏘지 않은 게 어디냐"며 북한을 감쌌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잘난 척, 정의로운 척,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가 역겹고 꼴불견"이라고 말 폭탄까지 보탰다. 문재인 정권의 자랑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치명상을 입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김정은 두 사람 회담에 끼워 달라고 매달렸다는 볼턴 회고록은 상처에 소금까지 뿌렸다.

6월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19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회사 정규직 1400명보다 많은 숫자다. 2030 취업준비생들은 "열심히 준비한 우리는 뭐냐"며 불공정에 분노했다. 민주당 의원이 "좀 더 배웠다고 월급 더 받는 게 불공정"이라고 끼어들었다. "득표 좀 더 했다고 세비 더 받는 것도 불공정"이라는 비아냥이 되돌아왔다.

7월 10일 이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매물은 잠기고 '패닉 바잉'만 부추겼다. 전셋값도 덩달아 수억원씩 뛴다. "안 사는 집은 파시라"더니 청와대 고위직부터 두 채씩 끼고 있었다. 대책이라고 띄운 천도론에 수도권 집값은 꿈쩍도 않고 세종시만 들썩인다. 중위 소득자가 월급만 모아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간이 문 정부 들어 16년에서 22년으로 늘어났다. '3040 문재인에 속았다'가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굵직굵직한 일만 꼽아도 이 정도다. 한 달에 두어 건씩 안 좋은 일이 터졌다. 몸을 낮추고 옷깃을 여며야 정상이다. 이 정권 사람들은 목을 더 빳빳이 세우고 국민에게 호통까지 친다.

집권당은 2004년 이후 야당 몫이었던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강탈했다. 야당이 항의하자 상임위 17곳 전체를 독식했다. 의석 비율대로 위원장을 분점하던 1988년 이후 관행도 깨졌다.

정권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사기 전과자와 손잡고 윤 총장 최측근을 '검·언 유착'으로 엮는 '작전'을 벌였다. 미리 시나리오를 써놓고 꿰맞추는 수법이 군사정권의 '간첩단 조작'을 빼닮았다. 가짜 검·언 유착을 만들어 내느라 지상파 방송과 진짜 검·언 유착을 저질렀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언 유착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며 작전 세력과 한배에 탔다. 국회에 가선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시비 거는 겁니까" "소설 쓰시네"라며 야당 의원들에게 언성을 높인다. 그 모습에 친문(親文)은 열광하고 국민은 열받는다. 이 정권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을 쓴다면 제목은 '오만과 뻔뻔'일 것이다.

이 모두가 4·15 총선 이후 벌어진 일이다. 그 총선에서 여당은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최대 의석인 180석을 얻었다. 그 후 100일 남짓 동안 악재, 악재… 또 악재였다. 단기간 이렇게 많은 일이 터진 걸 본 기억이 없다. 정권 사고(事故) 신기록이다.

야당이 발목을 잡은 것도 아니다. 103석으로 쪼그라든 야당은 그럴 힘도 없다. 장애물 없는 탄탄대로에서 정권 스스로 비틀대고 있다. 총선 직후 70%를 넘나들던 국정 지지율은 40%대 중반으로 곤두박질쳤다. 여전히 국민 열명 중 넷이 '정권이 잘한다'고 믿는다는 게 도리어 신기하다.

문재인 정부는 실력에 비해 버거운 권력을 손에 쥐었다. 그 과부하가 곳곳에서 '삐그덕' 금가는 소리를 내고 있다. 그 경고음에도 정신을 못 차리면 붕괴의 임계점을 맞는다. 그때는 '우두둑'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안 바뀔 것이다. '오만과 뻔뻔'이 정권 DNA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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