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보호 경찰이 탈북 여성 12차례 성폭행

입력 2020.07.28 14:22 | 수정 2020.07.28 19:42

신고받은 경찰 "자유 대한에서 살려면 잊어라"

탈북민 신변 보호 업무를 맡던 현직 경찰 간부가 탈북민 여성을 21개월간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받게 됐다. 이 경찰은 직무 충실을 이유로 정부 표창까지 받았지만, 탈북민 여성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고 500만원어치 금품까지 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이 사실을 당시 해당 경찰의 상사에게 알렸지만 “사선을 넘어서 도착한 자유 대한민국에서 후회 없이 살려면 잊어야 한다”며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강화도를 통해 월북한 김모씨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경찰은 미흡한 탈북자 관리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서초경찰서 /조선일보DB
서울 서초경찰서 /조선일보DB

피해자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굿로이어스의 전수미·양태정 변호사는 서울 서초경찰서 보안계에서 근무했던 경찰 간부 A경위를 강간과 유사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28일 밝혔다. A경위는 2016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피해자를 12차례 이상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경위는 피해자에게 500만원에 달하는 시계를 선물해달라고 강요 후 갈취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태정 변호사는 “피해자는 최소 12차례 성폭행을 당했으며 피해 상황을 정리하면 횟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A경위는 서초서 수사과 경제팀 소속이었지만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난 6월 대기발령 조치됐다. 현재 서초서 청문감사관실에서 감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탈북자 신변 보호담당관이었던 A경위는 2016년 직무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로부터 영웅패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변호사는 “오랜 기간 탈북자 신변 보호담당관이었던 A경위는 탈북민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북한 정보 수집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2016년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피해자는 2018년 3월 당시 A경위 상사인 서초서 B보안계장(경감)에게 최초로 도움을 요청했고, 같은 해 8월·9월 당시 서초서 경제팀장, 당시 서초서 신변 보호 담당관 등에게 도움을 각각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B계장은 “사선을 넘어 도착한 자유 대한민국에서 후회 없이 살려면 (성폭행을 당했단 것을) 잊어야 한다”며 “정식으로 고소장을 내거나 잊어버리는 게 낫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B경감은 지난 2월 경북 지방의 한 파출소장으로 발령받았다. B경감은 2013년 서울 강남구 자택 인근에서 맨손으로 강도를 잡아 서울지방경찰청장 표창장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B경감은 본지와 통화에서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경찰이 ‘진정서를 접수하지 않아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회피하다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지난 6월 13일 법적 대응에 나선 후에야 A경위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감찰 조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서초서는 “지난 1월 말 피해자가 청문감사관에서 피해 상담을 한 건 맞지만, 진정서 접수나 형사고발은 없었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검찰에 직접수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경찰이 가해자이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맡을 경우 은폐 내지는 축소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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