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이동재 전(前) 기자 구속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KBS '뉴스9' 보도에 대해 외부인에 의한 '청부 보도' 의혹이 제기됐다.
'KBS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는 23일 발표한 'KBS는 청부보도 여론조작 브로커에 놀아났나? 양승동 사장은 즉각 진상조사하라' 성명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KBS인 연대 측은 "KBS 사회부 기자가 최초 작성하고 법조팀장이 승인한 기사가 KBS보도 정보 시스템에서 현재 볼 수 없다"며 "특정 리포트 관련 정보를 통째로 삭제한 것은,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디지털 흔적 또는 감춰야할 디지털 증거" 때문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KBS인 연대에 따르면, 당시 최초로 작성된 기사는 현재 KBS 기자들만 이용하는 'KBS보도정보 시스템'에서 사라졌으며, 해당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KBS 측에 녹취록의 내용을 왜곡해서 전해주고 리포트 방향을 설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외부인물의 존재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KBS가 다음날 사과한 지난 18일 보도에는 ①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② "법원이 이 사건을 단순 강요미수가 아니라고 본 이유입니다" ③ "KBS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라는 세가지 내용이 문제가 됐다. KBS인 연대 측은 실제와 다른 내용이 보도되는 과정에 "녹취록을 봤다면서 그 내용을 취재진에게 들려준 제3의 인물"의 존재가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인 연대 측은 이 제3의 인물과 KBS 취재진의 대화 내용이 담긴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인 연대가 주장하는 제3의 인물 개입 의혹
KBS인 연대 측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제3의 인물이 누군가에게 녹취록 내용을 들려준 정황이 담긴 파일이 존재하며, 이를 근거로 KBS 법조팀이 기사를 작성하는 바람에 오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KBS인 연대 측은 해당 정황이 담긴 파일을 확보해 이날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예를 들어, 제3의 인물은 ① "이번 총선에서 어찌됐든 야당이 승리하면 총장한테 힘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이런 구도를 짜고 간거야"라고 했는데, 이는 KBS 보도에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는 식으로 반영됐고, ② "언론권력과 검찰권력이 짜고 일반 민심을 한쪽으로 오도시켜서 판세를 뒤집으려 한 거거든 일반 강요미수가 아닌거지"라고 한 제3의 인물의 워딩은 KBS 보도에서 "법원이 이 사건을 단순 강요미수가 아니라고 본 이유입니다"라는 내용으로 반영됐다. 또 제 3의 인물은 무언가 질문에 대해 ③ "그런 뉘앙스는 있지만 워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라는 말도 했는데, 이는 "KBS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라는 식으로 모두 KBS 보도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결국 이 때문에 오보를 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KBS인 연대 측은 "우리는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지난 18일 사회부에서 벌어졌다는 사건의 전말을 확인했으며, 증거도 확보했다"면서 "KBS 취재진에게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녹취록 내용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알려준 인물이 검찰 인사인지, 정치권 인물인지, 정치 브로커인지는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인 연대 측은 이날 성명에서 양승동 KBS 사장에게 '제 3의 인물'이 누구인지 밝히고, 즉각 진상조사에 돌입할 것을 요구했다. 거부할 경우 외부 시민단체와도 연대해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날 황상무 전 앵커를 중심으로 연대서명에 나선 이 성명에는 현재 105명이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