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관련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구속된 지 하루 만에 KBS가 이 전 기자 측과 검찰 수사팀만 확보하고 있는 ‘이 전 기자-한동훈 검사장’ 대화 녹취록 관련 보도를 한 데 대해 이 전 기자측 변호인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간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KBS에 “이 기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정정보도를 요청드린다”며 “내일 오전까지 해당 기사를 정정하고 해당 기사를 퍼나른 SNS 글을 삭제하신다면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검사장 측 김종필 변호사도 이날 “KBS 보도는 허구이자 창작”이라는 입장을 낸 뒤 KBS 등을 상대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KBS의 18일 저녁9시 뉴스 화면


◇KBS "공모 정황 확인" 녹취록선 한동훈 "관심없다"
이 전 기자 대리인 주진우 변호사는 이날 기자단에 '(논란) 해당 부분 녹취록'이란 제목의 파일을 배포하고 "KBS 보도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녹취록의 해당 부분을 공개한다"고 했다. KBS는 18일 저녁 메인 뉴스에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주 변호사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서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이런 것 알아보고 있다”고 하자 한 검사장은 “(신라젠 사건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다중으로 준 것”이라며 “그런 사안 같은 경우는 빨리 정확하게 수사를 해서 피해 확산을 막을 필요도 있다”고 했다.

대화가 어느 정도 흐른뒤 이 전 기자는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라며 “많은 기자들도 유시민 언제 저기 될까 그 생각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한 검사장은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며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했다.

이 전 기자가 재차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출국하겠죠. 이렇게 연구하겠다면서”라고 하자 한 검사장은 “관심없다”며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냐. 그 1년 전 이맘 때 쯤과 지금의 유시민의 위상과 말의 무게를 비교해 보라”고 했다.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유시민 주가 조작 의혹 보도를 공모했다는 KBS보도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또 KBS는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보도했었다. 이에 대해서도 주 변호사는 이철 전 VIK 대표 측 대리인으로 이 전 기자를 만났던 ‘제보자X’ 지모씨와 이 전 기자간 대화 내용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이 전 기자는 “총선 이후든 이전이든 아무 관심 없다” “저는 4월이면 연수를 간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지씨의 보도 시점을 묻는 질문에 “왜 총선을 생각하느냐”고도 했다.

◇진중권 "이야말로 검언 유착의 정수"
18일 밤 KBS가 해당 보도를 내보내자 몇 시간 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기사를 공유했었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 전 기자 구속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KBS 보도가 나온 경위가 의심스럽다"며 "녹취록 내용이 여권으로 흘러들어 간 뒤 왜곡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KBS 보도는) 기본적 사실 관계가 틀린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KBS기사를 공유하고 “자기들이야말로 검언유착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검찰 개혁’의 이름으로 자신들이 척결했다고 하는 그 짓을 그대로 한다”며 “이 사안, 엄중하다”고도 했다.

◇KBS 9시 뉴스에서 사과
KBS는 19일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35·구속) 전 채널A 기자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전날 자사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KBS 이날 9시뉴스에서 "KBS 취재진은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KBS가 지난 18일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지만, 이 기사가 오보라는 지적이 나오자 KBS 공영노조가 자사를 향해 "정권의 나팔수"라며 비판했다.

◇KBS 공영노조 “굴욕적인 셀프 항복 선언…코미디 같은 일”

KBS 공영노조는 20일 성명을 내고 "KBS 보도본부 취재팀이 하루 만에 굴욕적인 '셀프 항복선언'을 한 셈"이라며 "이게 무슨 난센스이고 코미디 같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 던져주면 올커니 하고 다 카더라 식으로 받아 쓰는게 KBS보도본부의 취재행태인가? 일단 지르고 보다가 망신당하는 보도가 얼마나 KBS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줄 아시긴 하는가? 수신료 내는 시청자들이 뭐라고 하시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KBS 보도본부는 소설을 쓴 것인가? 정권의 프로파겐다 스피커로 셀프 전락한 것인가?"라고 했다.
KBS 공영노조는 이영섭 사회주간, 정홍규 사회부장 등을 거론하며 "그대들은 대체 뭘 했는가? 왜 취재 대상자들의 반론권을 반영하지 않았는가? 그대들의 주특기는 일단 지르고 보는건가? 확인되지 않은 팩트를 일단 떠들고 보는 게 그대들의 취재방침인가? 사실관계를 따져보지도 않고 마구 방송하고 떠들어대는가? 그게 그대들이 KBS에 입사해 배워온 취재방식인가?"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주 변호사가 공개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 ‘대화 녹취록’ 전문

▷ 이동재: 저희 그렇습니다. 요즘에 뭐 신라젠 이런 것 알아보고는 있는데 이게 한 번 수사가 됐던 거잖아요 라임도 그렇고

■ 한동훈: 그렇지만 의지의 문제지

▷ 이동재: 잘 하실까요?

■ 한동훈: 열심히 하겠지요. 총장 계속 물론 저쪽에서 방해하려 하겠지만 인력을 많이 투입하려고 할 거고

▷ 이동재: 신라젠에 여태까지 수사했던 것에 플러스 이번에 어떤 부분을 더?

■ 한동훈: 여태까지 수사했던 것에서 제대로 아직 결론은 안 나왔죠?

▷ 이동재: 예예

■ 한동훈: 전체적으로 봐서 이 수사가 어느 정도 저거는 뭐냐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다중으로 준 거야. 그런 사안 같은 경우는 빨리 정확하게 수사를 해서 피해 확산을 막을 필요도 있는 거고.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센 사람 몇 명이 피해를 입은 것하고 같은 사안에 대해서 1만 명이 백 억을 털린 것하고 1명이 백억을 털린 것 이 훨씬 더 큰 사안이야. 그럼 그거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적어도 사회가 요즘 사람들, 여기 사람 들 하는 것 보면 별로 그런 거 안 하는 것 같아. 그게 무너진다고. 뭐냐면 뭔가 걸리거나 그랬을 때 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 해 보이게 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게 뭐 여러 가지 야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 그렇게 되면 이 게 정글의 법칙으로 가요. 그냥 힘의 크기에 따라서 내가 받을 위험성이 아주 현격하게 그것도 게다가 실제 그런 면이 있지만 그게 공개적으로 공식화되면 안 되는 거거든. 뇌물을 받았으면 일단 걸리면 속으로든 안 그 렇게 생각하더라도 미안하다 하거나 안 그러면 잠깐 빠져야돼. ▷ 이동재: 네

...(본건과 무관한 대화 내용 중략)...

▷ 이동재: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법무부도 그렇고 기자도 생각하는 게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 많은 기자들도 유시민 언제 저기 될까 그 생각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한동훈: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니. 그런 정치인이라든가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

▷ 이동재: 결국에는 강연 같은 것 한 번 할 때 3천만 원씩 주고 했을 것 아니예요. 그런 것들을 한 번. 아 옛날에 한 번 보니까 웃긴 게 채널A가 그런 영상이... 협찬 영상이 VIK를... ...

■ 한동훈: 진짜 그렇게 많이 하면 그게 거기 있는 사람에게 강연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와서 강연했다는 것을 밖에 홍보하는 것에 있어서 주가조작 차원이잖아 그것도.

▷ 이동재: 옛날에 VIK영상보니까 한국당에 윤형석에 양산 쪽 그 아저씨랑 몇 분 계시더라고요 여기까지 가겠 나 싶겠지만 아무튼 유시민은 좀.

■ 한동훈: 하여튼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해, 그게 우선이야

...(본건과 무관한 대화 내용 중략)...

▷ 이동재: 일단은 신라젠을 수사를 해도 서민 이런 거 위주로 가고 유명인은 나오지 않겠습니까.

■ 한동훈: 유명인은

▷ 이동재: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출국하겠죠. 이렇게 연구하겠다면서

■ 한동훈: 관심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 그 1년 전 이맘 때 쯤과 지금의 유시민의 위상과 말의 무게를 비교해 봐.

(중략)

▷ 이동재: 이철, A○○, B○○,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 이고,

■ 한동훈: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

▷ 이동재: 14.5년이면 출소하면 팔순이다.

▷ 백모 기자: 가족부터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집을 보니까 양주, 의정부 이쪽에다가 막 10개 씩 사고 이랬는 데 지금 다 팔고 다른 데로 갔더라구요. 아 와이프만 걸려도 될 텐데

■ 한동훈: 어디 계신 거에요 지금은? 어디 진치고 있어야될 것 아니야.

▷ 이동재: 일단 구치소로는 편지를...

■ 한동훈: 아니 지금 말이야. 지금 여기.

▷ 이동재: 아 지역이요? 저 방금 도착해서 방금 왔으니깐. 뭐 근처 까페나 어디 있겠죠.

■ 한동훈: 내가 이제 좀 가야해서

▷ 이동재: 아무튼 있다가 2시에 다시 뵙고

■ 한동훈: 그냥 뭐 악수하는거 사진 찍으러 온 거 아니야?

▷ 백모 기자: 네 맞습니다.

▷ 이동재: 백모 기자 통해서 3월에 한번 연락드릴께요

▷ 백모 기자: 그 때 찾아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