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영장실질심사는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17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될 영장실질심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이 사건을 둘러싼 내홍이 유독 컸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이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고, 대검과 중앙지검이 충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부장판사의 과거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장판사 과거 결정 어땠나◇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서울역 묻지마 폭행’사건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았다. 이 사건은 서울역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달아난 사건이다. 당시 그는 보기 드문 장문(長文)의 사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긴급체포는 영장주의 예외인 만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며 “경찰의 긴급체포가 위법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찰이 피의자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제로 출입문을 개방해 자고 있던 피의자를 체포했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잠을 자고 있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범죄혐의자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긴급체포가 위법하므로 구속영장청구도 위법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폭행피의자의 주거 평온만 중요하고 피해자 인권은 생각 않느냐”는 비난여론이 비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청구된 영장도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한 부장판사는 “ ‘성채’라는 표현이 다소 감성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긴급체포 요건에 대한 판단이나 그에 따른 기각 결정은 형사법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6월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임상실험 중단 사실을 숨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의 영장도 기각했다.
그는 “피의자(이 전 회장)가 미 FDA 3상 임상시험 관련 결정을 투자자 등에게 전달하면서 정보의 전체 맥락에 변경을 가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며 “인보사 2액세포의 정확한 성격을 인지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소명이 불충분하다”고 했다. 증거인멸, 도주우려 등 전형적인 구속사유 외에 혐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히 판단한 것이다.
그는 지난 6월 3일 ‘범죄단체 가입’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박사방 관련자에 대해서도 영장을 기각했다. “범죄단체가입 등 일부 혐의사실에 대해 다툼 여지가 있다”는 이유다.
반면 지난 2월 전광훈 목사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선거권이 없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며 “대의민주제 국가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차지하는 의의에 비춰 사안이 중하고 엄정한 처벌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강요미수’ 영장청구 논란◇
김 부장판사의 과거 결정들을 두고 ‘강요 미수’의혹사건의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구속영장 발부 기준과 그간 관례를 비춰 보면 영장 청구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하는 기준은 혐의의 중대성,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등이다. 이 사건 죄명인 ‘강요미수’만으로 영장이 청구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강요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는 1건이었는데 성폭행 미수 등이 결합된 사례였다.
특히 이 사건은 혐의 성립 여부를 둘러싸고 대검과 중앙지검의 의견이 갈렸던 사안이다. MBC는 지난 3월 이 전 기자가 윤 총장 측근 한동훈 검사장과 교감해 신라젠 전 대주주인 이철 전 VIK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비리 정보를 달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지검은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해 이철 전 대표를 ‘압박’했다며 이 전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한 검사장은 지난 2월 윤 총장 지방 순시 취재를 위해 부산을 찾아온 이 전 기자가 유시민 이사장을 거론하자 “관심 없다”고 하며 “신라젠 사건은 (로비 의혹 사건이 아니라)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중앙지검 수사팀이 전제한 두 사람의 ‘공모’와 정면 배치되는 증거다. 하지만 중앙지검은 지난달 17일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에 보내면서도 이 부분을 수사 결과물에서 제외했다.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이 같은 대화 내용 등을 감안할 때 이 기자가 한 검사장을 통해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움직여 이철 전 대표를 겁박했다는 ‘강요미수’ 성립은 어렵다고 봤다.
기자의 취재 행위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취재를 빌미로 금품을 뜯어낸 사안도 아니고 단지 취재 방식을 문제삼은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라는 또다른 헌법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영장청구로 크게 고민하지 않고 기각할 사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