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아픔을 위로한다고 접근해선 성폭행한 60대 국립대 교수의 두 얼굴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16일 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대학교 교수인 A(61)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재판부가 피해자 B씨(20대)의 동의를 얻어 언론에만 제한적으로 공개됐다. 피고인을 법정에서 퇴정시키고 가림막을 쳐 피해자를 볼수 없도록 했다. 증인석에는 성범죄 피해자를 돕는 해바라기 센터 직원이 동석했다.
B씨는 판사의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범행 당시 상황 등을 설명했다. A교수는 2019년 3월, 10월 두차례에 걸쳐 자신의 강의를 듣던 제자 B씨에게 면담을 하고 싶다고 접근했다. B씨는 A교수의 면담에 응했고, 공황장애와 우울증, 어려운 가정형편 등을 털어놨다. A교수는 자신도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며 약을 소개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10월30일 A교수는 B씨에게 저녁식사를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심한 우울증이 있는 B씨가 “매일 매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고백했다. 이에 A교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반주를 겸한 식사를 마친 뒤 A교수는 B씨를 제주시 한 노래주점에 데려갔다. 이 때부터 B씨는 이상한 조짐을 느꼈고 여러차례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A교수가 노래주점 방밖까지 쫓아나왔고, B씨는 A교수의 손에 붙잡혀 강제로 방으로 들어갔다. A교수는 “너를 처음 봤을 때 치마를 입고 다리를 꼰 모습이 당당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며 B씨를 성폭행했다. 당시 상황은 B씨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 생생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녹음 파일을 분석한 결과 “싫어요”가 207번, 비명소리가 15번, “집에 가고 싶다”고 53번 등이 녹음됐다.
사건 직후 A교수는 조금이라도 처벌을 줄이려고 합의를 요구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B씨는 10대 동생을 돌봐야 했고 강간 피해 후 병원비까지 마련해야 했던 터라, A교수가 건넨 합의금을 받고 합의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이날 법정에서 “어쩔 수 없는 합의였다. 비록 합의서에는 피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피해자를 용서한 적도 용서하고 싶지도 않다. 엄한 처벌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용기를 얻고 앞으로 잘 살아야 한다. 어린 동생을 잘 키워야되지 않겠느냐”고 위로했다.
A씨 측은 범행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술에 취해 있었고 우울증 등 정신병 관련 증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6월 첫 공판에서 “이런 범행은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한다. 피고인을 본보기로 삼겠다”며 직권으로 A교수를 법정 구속했다. A교수는 두번째 공판이 열린 이날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