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을 연애라고 하는 이들 처벌" 또 부메랑 된 조만대장경

입력 2020.07.15 14:16 | 수정 2020.07.15 14:56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과거 소셜미디어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A씨에 대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데, 조 전 장관의 발언이 이들을 반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선일보 DB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선일보 DB

여권 정치인과 박 시장 지지자들은 “박 시장이 정말 연애 감정을 품었을 수 있다” “순수했던 박 시장이 죽음으로써 사죄한 것” 등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박 시장의 빈소를 찾아 “맑은 분이셔서 세상을 하직했다”고 했다. 박 시장의 측근이었던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3일 페이스북에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썼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영화감독 겸 배우 벤 애플렉도 자기 집에서 아이를 봐 주는 여성과 바람을 피운 사실이 발각돼 이혼했고, 지금은 그 여성과 만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자기 비서였던 멜린다와 연애하고 나서 결혼했다”며 “그 어떤 경우에도, 형사 고소되지 않았고, 민사소송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썼다. 박 시장과 피해자가 실제 연인 관계였을 수도 있으니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조국 전 장관 트위터
/조국 전 장관 트위터

이런 행태에 관해 조 전 장관이 2013년 5월 트위터에 쓴 글이 화제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방미 때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터진 시기다. 이때 조 전 장관은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등을 ‘구애’ 또는 ‘연애’라고 정당화하거나 술 탓이라고 변명하는 자들은 처벌 또는 치료받아야 한다. 자발성과 동의가 없는 성적 행동은 상대방에 대한 ‘폭력’이다”라고 썼다. 같은 사건을 두고 “극우몰상식파들, 헌정문란 중대범죄를 범한 국정원 요원에 대한 정당한 조사를 ‘인권침해’라고 호도하더니, 같은 계열 고위 인사의 성추행 사건에서는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자행하는구나!”라고도 썼다.

/조국 전 장관 트위터
/조국 전 장관 트위터

/조국 전 장관 트위터
/조국 전 장관 트위터

조 전 장관은 2014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 때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조 전 장관은 “손녀 같고 딸 같아 귀여워서 그랬다”는 박 전 의장의 해명을 비판한 경향신문 칼럼을 공유하며 “성추행을 범한 후에도 피해자 탓을 하는 ‘2차 피해’를 범하는 ‘개’들이 참 많다”고 트위터에 썼다.

굵직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조 전 장관의 과거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비공개로 소환됐다가 귀가했을 때는 “검찰은 왜 최순실을 긴급체포하지 않고 귀가시켜 공범들과 말 맞출 시간을 주느냐”고 쓴 2016년 10월 글이 조명됐다.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각이 세워졌을 땐 2013년 쓴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구나!”라는 글이, 5월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이 터졌을 때는 “범죄자들의 변명 기법 1) 절대 안 했다고 잡아뗀다 2) 한 증거가 나오면, 별 거 아니라 한다 3) 별 것 같으면, 너도 비슷하게 안했냐며 물고 늘어진다 4) 그것도 안 되면, 꼬리짜르기 한다”는 2013년 글이 거론됐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네티즌들은 조 전 장관의 트위터를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의 트위터에 미래를 예견한 듯한 글들이 팔만대장경처럼 끊임없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미래를 예견한다는 뜻에서 조 전 장관을 유명한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에 빗댄 ‘조스트라다무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최근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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