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저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만해실천대상'을 수상하지만 이 상이 저희만을 위한 상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모든 병원에 주어진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 만해대상 실천부문을 수상하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서영성(56·작은 사진) 원장은 "나라가 어려운 이때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정신은 대한민국 모든 병원에 다시 한번 병원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 환자가 대구 전역에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지난 2월 21일 자발적으로 병원 전체를 코로나 환자 전용 치료시설로 전환, 민간병원으로는 유일하게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코로나 환자를 살리기 위한 사투를 진두지휘한 서 병원장은 "대구의 노아의 방주가 돼야 한다는 결의로 모든 직원이 코로나 퇴치에 앞장섰고, 대구 지역의 코로나 감염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실제 1000명이 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120일 넘도록 코로나 최전선에서 싸웠다. 눈 붙일 틈도 없이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전국에서 의료품과 도시락, 그리고 응원의 손 편지들이 배달됐다.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이 성지(聖地)"라며 구슬땀을 흘렸다.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지난 3월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이 근무 교대하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 2월 21일 자발적으로 전체 병원을 비우고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다.

서 병원장은 "지난 6월 30일까지 1047명의 코로나 환자가 대구동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958명이 퇴원했지만 22명이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대구 지역 코로나 환자의 13%, 국내 코로나 환자의 9%를 차지한다. 전국 어느 병원에서도 이처럼 많은 숫자의 코로나 환자를 치료한 곳은 없다.

서 병원장은 "2월 21일 병원 전체를 비우고 코로나 환자를 받아들이던 당시 우리 의료진들은 '못 한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 안 하면 안 된다'는 각오로 환자 치료에 들어갔다"고 당시의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환자의 중증도를 가려 중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환자를 선별해 대응하는 생활치료센터를 탄생시키는 역할도 했다.

그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병원인 동산의료원 전체 의료진들이 합심해서 팀워크를 발휘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동산의료원은 1899년 개신교 선교사들이 설립한 대구 제중원을 전신으로 해서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의 마음과 몸을 치료하는 종합병원으로, 6·25전쟁 당시에는 고아들을 돌보는 야전병원으로서 우리나라가 위난에 처했을 때마다 앞장서서 어려움을 이기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서영성 병원장은 "지금도 수많은 병원과 의료진이 자신을 희생하며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데, 만해대상이 대한민국 모든 병원과 의료진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