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측근 사면 발표..."닉슨도 안넘었던 선을 넘었다"

입력 2020.07.12 08:56 | 수정 2020.07.12 09:18

'러 스캔들' 측근 전격 감형
野 "美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밤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4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신의 최측근을 감형을 통해 사실상 사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직전 사퇴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넘지 않은 선을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러 스캔들’ 인사 잇달아 감형 석방

백악관은 이날 밤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비선(秘線) 참모였던 로저 스톤의 형을 감형했다고 밝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스톤은 좌파 및 그들의 언론 우군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약화하기 위해 시도한 ‘러시아 사기극’의 피해자”라며 “로저 스톤은 매우 불공정하게 대우 받았다. 그는 이제 자유인”이라고 했다. 정확한 감형 기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자유인’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남은 형기를 모두 감형한 것으로 보인다.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컨설턴트이자 비선 정치참모로, 러시아의 지난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허위 증언 및 증인 매수 등 7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40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스톤은 트럼프의 정치 세계관을 만든 사람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40년 지기 친구로, 정치를 “못난이들의 쇼 비즈니스”라고 부르며 ‘정치적 쇼’를 중요시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도 스톤의 설득 때문으로 알려졌다.

원래 검찰은 스톤에게 징역 7~9년의 중형을 구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매우 끔찍하다”고 불만을 표시한 뒤, 법무부가 구형량은 3~4년으로 낮췄다. 이에 담당 검사 4명이 반발해 사임했고, 1000여명의 법무부 전직 관리들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위터에 “로저 스톤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됐을 불법적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며 “죄를 저지른 것은 바이든과 오바마를 포함, 우리 캠프를 몰래 들여다본 반대쪽이다. 그리고 발각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월 '러시아 스캔들' 수사 당시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기소를 취하해 민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러시아 스캔들’로 수사를 받다, 별건(別件)인 불법 로비와 돈 세탁 혐의로 기소돼 7년6개월형을 받았던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도 지난달 코로나 감염을 우려로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그는 형기는 2024년 11월까지로 남은 기간은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집에서 채우게 된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 주요 인사들을 사실상의 사면이나 기소 취하 등으로 풀어준 것은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피해자로 부각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성명에서 스톤을 ‘좌파의 러시아 사기극 피해자’라고 규정했고, 트럼프도 트위터에서 ‘불법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선캠프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의혹이다. 2년여에 걸친 특검 수사에서 러시아 선거캠프 인사들과 러시아 정보기관원들의 연결 고리는 발견됐지만, 캠프 차원에서 공모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공화당도 반발
로저 스톤이 10일(현지시각) 백악관이 자신에 대한 감형 발표를 하자 플로리다의 집 앞에서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로저 스톤이 10일(현지시각) 백악관이 자신에 대한 감형 발표를 하자 플로리다의 집 앞에서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감형에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직접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를 하며 반격에 나섰다. 뮬러 특검은 기고문에서 “스톤은 연방범죄를 저질러서 기소됐고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그는 여전히 유죄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이고, 당연히 그렇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적 마녀사냥’이라고 공격한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측근 사면에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이날 트윗을 통해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부패:미국의 대통령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 배심원의 유죄 평결을 받은 사람의 형을 감형하다”고 맹비판했다.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도 스톤이 공화당이 주도했던 의회 조사를 방해해 유죄판결을 받았던 것을 거론하며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심각한 흠집이 있지만, 스톤을 감형한 것은 실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법적 판단에 대한) 이의도 항소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을 통해 “내가 과거에도 말했지만 트럼프는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라며 “그는 매일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탄핵을 주도했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조치가 가장 심한 ‘법치 모독’이라고 강력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마피아 두목에 비유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로저 스톤 형량 감형은 대통령직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배반’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이 일찍이 봐온 부패한 정부의 편파적 조치 가운데 가장 역겨운 사례”라고 비난했다. NYT는 ‘트럼프는 스톤을 감형하면서 닉슨이 가지 않으려고 한 곳까지 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저 스톤을 감옥에서 끄집어내려고 대통령직 권한을 사용해 워터게이트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닉슨조차 감히 건너지 못한 선을 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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