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애도하던 與, 백선엽 홀대 논란… 野 "이게 나라냐"

입력 2020.07.11 14:47 | 수정 2020.07.11 16:50

與 애도 논평 생략...'대전 안장'도 논란
文대통령, 백 장군 빈소에 조화 보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밤 별세한 6·25 전쟁영웅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 '홀대'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11일 야당으로부터 제기됐다. 미래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 정, 청이 성추행 의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대적으로 추모하고 챙기더니, 전쟁영웅 백 장군은 조직적으로 홀대하고 있다"며 "이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은 애도 논평을 생략했고 정부는 백 장군의 묘역을 서울이 아닌 대전으로 정했다"며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시장 빈소를 대대적으로 조문했는데 백 장군 사안을 대하는 청와대는 온도차가 있다"고도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백 장군을 국립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한 결정에 대해 "그와 함께 싸워 이 나라를 지켰던 국군 용사들은 대부분 동작동에 잠들어 있다"며 "이게 나라냐"고 했다. 앞서 정부는 백 장군의 상징성을 감안해 서울현충원의 '장군 묘역'에 자리가 없어도 '국가유공자 묘역(1평)'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문재인 정권 들어 이 방안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백 장군을 ‘친일파’로 매도하면서 “현충원 등지 친일파 묘역을 파묘하자”고 했다. 그러자 국가보훈처는 백 장군 측에 “(여권 주도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백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됐다가 다시 뽑아내는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면서 서울현충원에는 더 이상 묘역 자리가 없다고 했다.

통합당은 정부가 백 장군의 장례를 5일간 육군장(葬)으로 치르기로 한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앞서 국가장(國家葬) 내지 국장(國葬)으로 치러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와 비교해 예우가 낮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백선엽) 그가 이 나라를 구해내고, 국민을 살려낸 공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민주당이 이날 백 장군에 대한 ‘애도 논평’도 생략키로 한데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며 "별세에 대해 당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8일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고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민주화에 앞장섰던 분”이라며 “명복을 빈다”는 당 공식 논평을 냈다. 이에 대해 야권 관계자는 "6·25 전쟁영웅이자 한미동맹의 기틀을 닦은 백 장군에 대해서 집권 여당이 애도 논평조차 안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통합당 주 원내대표도 "식민지에서 태어난 청년이 만주군에 가서 일했던 짧은 기간을 ‘친일’로 몰아 백장군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려는 좌파들의 준동이 우리 시대의 대세가 돼 버렸다"고 했다.

이는 지난 이틀간 박 시장에 대한 여권의 대대적인 추모 움직임과도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여권 인사들은 전날부터 박 시장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전혀 다른 얘기도 있다”고도 했다. 이것이 성추행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영민(왼쪽 둘째)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오른쪽) 정무수석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서울시제공
노영민(왼쪽 둘째)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오른쪽) 정무수석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서울시제공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해 "맑은 분이시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는 느낌이 든다"고 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보도되고 있진 않지만 (피해자 주장과) 전혀 다른 얘기도 있다. 양쪽 끝 스펙트럼을 모두 듣고 있다"고도 했다. 박 시장의 사망 원인이 성추행이 아닌 다른데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백 장군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백 장군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앞서 박원순 시장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낸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이해찬 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정·청 고위급이 일제히 조문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백 장군에 대한 논평 생략, 대전현충원 안장 결정 등은 청와대의 동조 내지 지시 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조치"라고도 했다.
고 백선엽 예비역 대장/오종찬 기자
고 백선엽 예비역 대장/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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