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취중잡담] 미국, 일본, 유럽이 반한 한국 제품의 의외로 간단한 아이디어

입력 2020.07.09 06:00

은행원에서 뷰티 기업인으로 변신
코로나 사태로 ‘셀프 미용’
발각질 제거기 한 달 만에 3만개 돌파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출신의 유명 스타트업 CEO가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창업을 꿈꾸다가도, 유명 CEO들의 약력 앞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창업이 꼭 좋은 학벌과 아이디어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경기침체로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취중잡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그들의 솔직한 사업기를 통해 실전 교훈을 얻어 보십시오.

‘보카스’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부관리숍을 찾는 발길이 끊기자, 집에서 직접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제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해 대박을 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매출이 작년의 두 배 이상으로 오른 것. 보카스의 천준호 총괄이사를 만나 비결을 들었다.


해외 전시회에서 캐나다 바이어와 함께 한 천준호 이사 /보카스
해외 전시회에서 캐나다 바이어와 함께 한 천준호 이사 /보카스

◇피부샵 못가는 여성 공략

보카스는 발각질 제거기를 만든다. 쇠로 된 작은 날이 촘촘히 박힌 제품인데 발 뒤꿈치에 대고 문지르면 각질이 제거돼서, 뒤꿈치가 맨들맨들해진다. 보카스는 날을 교체할 수 있는 발각질 제거기를 5월에 출시, 한 달 만에 3만개를 팔았다.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 "상반기 매출이 작년의 두 배 넘는 수준으로 크게 올랐는데요. 날 교체형 발각질 제거기가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보카스의 발각질 제거기는 피부관리사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제품이다. 발각질 제거기는 중국산이 많은데, 국내에서 제조한 보카스 제품이 성능과 내구성 모두 중국산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2012년 첫 출시해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7개국으로 수출도 한다.

제품 성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해 오다가, 지난 5월 날 교체형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기업이 움츠러들고 있지만, 보카스는 반대로 공격적인 선택을 한 것.

"기존 제품을 보완한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던 차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이 확산됐습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 거라 걱정하다가, 피부관리숍에 가지 못하는 여성을 공략해 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간편하게 발을 관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날을 교체할 수 있는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마케팅도 강화한 거죠. 이전 제품과 비교하면 세척 등이 가능합니다." 온라인몰(https://bit.ly/2VuBdrw) 등에서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었고, 보카스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급성장을 하고 있다.


인터뷰하는 천준호 이사와 발각질제거기 /보카스
인터뷰하는 천준호 이사와 발각질제거기 /보카스

◇BTS 굿즈 된 손톱깎이

보카스는 2002년 손톱깎이 제조업으로 출발한 미용용품 회사다. 회사명 보카스(BOCAS)는 ‘인체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는 도구(Body Care Solution)’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매년 독일의 주방용품 전문 기업 헹켈에 5천만개 이상을 수출할 정도로 손톱깎이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발각질 제거기가 나오기 전까지 저희 주력 제품은 날을 원하는 각도로 쉽게 돌릴 수 있어서 편안한 각도에서 손발톱을 깎을 수 있는 ‘회전 손톱깎이’였습니다. 손톱 등의 곡면과 일치하도록 날도 곡선 형태로 돼 있습니다." 날 회전 손톱깎이는 ‘방탄소년단(BTS) 굿즈’로 선정돼서, 1월 서울 강남에서 열린 BTS 팝업스토어에 납품돼 팔리기도 했다.


독일 헹켈 직원들과 함께 한 천준호 이사 /보카스
독일 헹켈 직원들과 함께 한 천준호 이사 /보카스

여기에 발각질 제거기도 히트를 치면서 매출 쌍끌이가 되고 있다. 각질제거기에 촘촘히 박혀 있는 ‘마이크로 커터’는 특허를 받은 것이다. "발각질과 굳은살을 안전하고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제품은 날이 본체에서 분리가 돼 주기적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물 없이도 쓸 수 있고, 사용 후에 날을 분리해서 물 세척을 할 수 있어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은행 관두고 연이은 사업 실패

신제품 출시를 주도한 천준호 이사는 은행원 출신이다. 우리은행에서 8년 6개월 일했다. 은행원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본점 근무를 할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퇴사했다. "은행원이 제 성격과 맞지 않았습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나서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보수적인 은행 조직에선 그런 모습을 좋게만 봐주지 않았습니다.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단 생각이 들어 고민하던 차에 ‘내 사업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사표를 냈습니다."


우리은행 재직 시절의 천준호 이사 /보카스
우리은행 재직 시절의 천준호 이사 /보카스

태국으로 건너가 무역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기대만큼 잘 되지 않아 1년 만에 정리했다. 이후 필리핀으로 건너가 동남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 해주는 사업을 했다. "필리핀에서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어학원도 함께 운영하면서 사업이 순항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 규모를 무리하게 키우려다, 사업이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결국 다시 빈손이 됐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조선과 건설업에 필요한 판넬을 수출하는 회사에 해외영업팀장으로 취업했다. "다니다가 해외 사업을 다시 하려고 또 사표를 냈는데요. 아버지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보카스에 연이 닿아 합류하게 됐습니다."


발각질제거기 /보카스
발각질제거기 /보카스

◇튄다 싶을 정도로 관심 가져라

주어진 일만 하지 않는다. 회사가 외국 거래처에서 받지 못하던 돈을 협상과 인맥을 통해 받아오고, 회사의 재무 구조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회사를 ‘내 것’이라 생각하면서 일한다. "입사 때부터 말씀드렸어요. 보카스가 잘 되도록 내 사업처럼 하겠다고요. 조금은 튄다 싶을 정도로 회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제가 맡은 일이 아니어도 잘 되겠다 싶은 제안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합니다. 회사가 경청해주고 반영해주셔서, 제 의견이 반영돼 잘된 사업이 많습니다. 날 교체형 발각질 제거기(https://bit.ly/2VuBdrw) 그중 하나죠."

-지금은 ‘내 사업’을 하는 게 아닌데 괜찮나요?
"보카스는 제가 창업한 회사는 아니지만, 제 사업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회사가 저에게 많은 부분을 맡겨주고 자율성을 주거든요.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 주력 제품군을 계속 늘려가려고 합니다. 회사를 누구나 아는 뷰티 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