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7월 1일)을 하루 앞둔 30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가 강화되고, 반중(反中) 단체는 활동이 금지될 전망이다. 홍콩 야권은 경찰의 불허 방침에도 7월 1일 반대 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정된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중앙정부 전복, 테러, 외국과 결탁한 안보 범죄 등 4대 범죄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내 국가 안보 업무를 감독·지도하게 된다. 중국은 홍콩에 '국가안전공서(國家安全公署)'라는 보안 기관을 설립하고 상주 관리를 파견한다. 수사·재판은 홍콩 경찰·법원이 맡지만 특정한 상황의 경우 중국이 직접 사법 관할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상무위는 이날 오전 홍콩보안법을 가결했지만, 전체 66조로 알려진 홍콩보안법 전문(全文)은 이날 밤 늦게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언론은 국가 분열, 중앙정부 전복 범죄에 대해서는 최고 종신형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해 중국 국무원(행정부) 홍콩·마카오판공실은 성명을 통해 "국가 안전을 해치는 소수에게는 하늘에 매달린 날카로운 칼, 절대다수 홍콩인과 외국인에게는 수호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홍콩 주권을 돌려받은 것과 비교해 "제2의 주권 반환"이라고 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에 반대해온 홍콩 야권에서는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홍콩 반환 23년 만에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홍콩의 반중 신문 '빈과일보'를 운영하는 지미 라이,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를 주도해온 조슈아 웡 등은 홍콩보안법으로 체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에는 체포 가능성이 큰 54명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까지 나돌았다고 홍콩 매체가 전했다. 홍콩보안법을 지지해온 렁춘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홍콩보안법 위반자를 제보하면 최고 100만 홍콩달러(약 1억5500만원)를 지급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조슈아 웡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전까지 세계가 알던 홍콩은 종말을 고했다"며 "테러 통치의 시대로 들어간다"고 했다. 데모시스토당(黨), 홍콩민족전선, 학생동원(學生動源) 등 홍콩 독립 성향 단체는 이날 홍콩 내 활동 중단, 해산을 선언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에서 홍콩을 돌려받을 때부터 반중 성향 홍콩 야권에 대해 우려해왔다. 2003년 홍콩 정부를 통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홍콩 시민 50만명이 반대 시위에 나서자 법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작년 6월 홍콩에서 시작된 범죄인 송환법(홍콩 범죄인을 중국·대만 등으로 송환할 수 있는 내용) 반대 시위가 대규모 반중 시위로 이어지자 중국 지도부는 직접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지난 5월 말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공개한 후 한 달여 만에 법을 시행했다.
홍콩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홍콩 반환 기념일인 7월 1일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경찰은 코로나 확산 등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 정부가 대규모 시위에 대비해 경찰 40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홍콩 주둔 중국 육·해·공군이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군 매체는 전날에도 홍콩 주둔 부대 저격수가 실탄 사격 훈련을 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미 CNN 방송은 "(홍콩보안법이) 시민권과 정치적 자유 약화에 사용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국제 파트너들과 가능한 대응 조치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국제사회와 홍콩 시민의 강한 우려에도 이 법이 제정된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실패를 증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