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진미]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예술을 창조하는 시대

조선일보
  •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입력 2020.06.30 03:12

21세기 문화 기술 핵심은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기술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AI(인공지능) 시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아름다움의 데이터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해야 한다. 아름다움은 인간이 생존에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만들어준 놀라운 판단력이기 때문이다. 게임 체인저가 생존 게임에서 경기의 판과 룰을 바꾸는 핵심 역량은 아름다움의 판단력과 결합된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문화 기술은 아름다움의 판단력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융합한 문명의 동력이자 게임 체인저의 무기다. 21세기 문화 기술은 "문화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을 뜻하며, 넓게는 문화 예술, 인문사회, 과학기술이 융합하여,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요약하면, 21세기 문화 기술은 디지털, 융합, 삶의 질, 변화가 핵심이다.

SS(소프트·스마트) 파워 시대

21세기 게임 체인저는 문화 기술로 상상력을 영향력으로 전환할 때 세상을 바꾸는 엄청난 힘을 장착하게 된다. 문화 기술은 소프트 파워와 스마트 파워를 결합한 '더블 에스 파워(SS Power)'로 정의해 본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 리더십 과정에서 '정책 설계와 전달: 혁신과 확장(Policy Design and Delivery: Innovation and Scaling)'은 기존 시스템과 사람들의 저항을 극복하면서 혁신과 확장의 방법으로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21세기 문화 기술은 마음을 사로잡는 소프트 파워에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등 최첨단 스마트 파워를 결합하여 문화 정책의 혁신과 확장의 핵심 열쇠가 된다.

①②안나 리들러(annaridler.com) 홈페이지, ③국립현대미술관 소장
①②안나 리들러(annaridler.com) 홈페이지, ③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인공지능의 학습 자료로서 데이터는 라벨링이 중요하다. 사람이 데이터에 라벨링하기도 하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류해 내기도 한다. 분류·연결·연상이 핵심이다. 프랑스 예술가로 산업과 예술을 결합하여 2003년 마르셀 뒤샹상을 받은 마티외 메르시에(Mathieu Mercier·1970년생)의 '드럼과 베이스'〈사진 ③〉는 선반에 파란 상자, 붉은 병, 노란 손전등을 올려 둔 작품이다. 관람객은 직관적으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세 가지 색과 직선의 공간 분할을 연상한다. 전혀 다른 사물이 관람객의 기억 속에 라벨링이 되어 있는 연상 데이터를 끌어낸다. 인공지능에 예술가들의 사고 패턴을 모방하여 라벨링한 데이터 세트를 주고 연결과 연상을 훈련시킨다면,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급속도로 진전하는 AI 예술

2019년 영국 바비칸미술관이 개최한 특별전 'AI: 사람 그 이상(AI: More than Human)'에서 소개된 안나 리들러(Anna Ridler·1985년생)의 '무수히 많음(튤립)·Myriad(Tulips)'(2018)의 작품을 주목한다〈사진 ①〉. 리들러는 영국 출신으로 정보와 데이터를 다루는 예술가이자 연구원이다. 리들러는 튤립 사진 수만 장에 직접 라벨을 붙여서 데이터 세트를 만들어 전시한다. 리들러는 3개월 동안 튤립이 핀 계절에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에서 사진을 찍었다. 튤립 사진 수만장을 라벨링해 하나씩 하나씩 규칙적으로 붙였다. 기계 학습을 위한 인간의 노동은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2019년 리들러는 라벨링이 된 데이터 튤립 사진을 이용, 생성적 대립 신경망(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을 이용하여 인공지능이 영상과 이미지를 생성하게 하고, 이더리움(Ethereum) 플랫폼을 통해 블록체인으로 인공지능 생성 튤립을 경매하는 과정을 담은 예술 작품을 '꽃시장(Bloemenveiling)'(2019)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다〈사진 ②〉. 불과 2~3년 사이에 인공지능의 예술은 급속도로 진전하고 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튤립의 이미지를 볼 때와 사람의 이미지를 볼 때 다르게 반응한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얼굴 이미지를 수집할 때, 나도 온라인에 공유된 이미지가 수집되고 감시된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GAN으로 실존하지 않는 인물의 이미지를 만들어 표정까지 움직이게 할 때, 진실과 가짜 뉴스를 구분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는 진보에 인간의 불가침 영역에 자리를 내어준 듯한 불쾌감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인공지능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서 문화 기술의 선도자들은 과연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아름다운 환영이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휴머니즘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최소한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 라벨링 단계부터 편향성을 최소화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 세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기본을 강조해 본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해 묻고 있다. 과연 '인간의 지능은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대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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