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강금실·추미애 같은 점 다른 점

입력 2020.06.29 17:49


정치인들한테는 비판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한다. 칭찬하는 댓글이냐 욕하는 댓글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댓글이 많은가 적은가 이게 더 중요하다. 잊히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생각까지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추미애 장관은 정치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입에 추미애 세 글자가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장관 추미애, 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 추미애, 판사 출신 추미애, 이 사람의 언행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이 지금 정권에 끼칠 영향, 그리고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끼칠 영향까지 살펴보기 위해 강금실·추미애 두 사람을 비교해봤다. 같은 점은 뭐고 다른 점은 뭘까. 강금실 전 법무장관도 여성이며, 판사 출신이며, 법무장관을 지냈다. 두 사람은 진보 정권에서 장관이 됐다. 그런 점에서 닮은 점이 무척 많은 것 같다.

일단 나이가 비슷하고, 사법시험 합격, 판사 임관 등이 모두 비슷하다. 강금실 전 장관은 57년 생 닭띠, 추미애 장관은 58년생 개띠다. 강금실이 한 살 많은 언니다. 강 장관은 81년 사시 합격, 83년 판사에 임관됐다. 서울 남부지원에서 시작했다. 추 장관은 82년 사시 합격, 85년 춘천에서 판사가 됐다. 강 장관이 모두 한두 해 앞서서 나아갔지만 엇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개혁 성향을 보였다. 강 장관은 진보 성향 법조인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다. 추미애 판사는 전두환 정부 시절 불온서적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을 정도로 개혁 소신을 지킨 적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95년 나란히 법복을 벗었다는 점까지 같은데, 진보 정권에서 첫 여성 법무장관이 됐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사법 개혁, 검찰 개혁을 가장 큰 미션으로 삼고 장관에 취임했다. 강금실 장관도 취임 직후 대대적인 서열 파괴 인사를 단행해서 검찰 조직을 충격에 빠뜨렸다. 추미애 장관 역시 ‘인사 학살’을 두 차례나 단행하면서 노골적인 길들이기 코드 인사로 윤석열 총장 손발 자르기와 검찰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강금실·추미애 두 사람의 다른 점을 짚어보겠다. 95년 법복을 벗은 다음, 강금실 씨는 변호사의 길로 나섰고, 추미애 씨는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낙점할 때 추미애 씨도 후보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결과는 강금실 언니가 첫 여성 법무장관이 됐고, 동생 추미애 씨는 국회에 남아 서울 광진구 을에서 5선에 성공하는 여성의원으로 나아가게 된다.

또 강금실 씨는 국정 장악력이 가장 강력한 정권 출범 초기에 법무장관이 됐으나 추미애 씨는 정권이 임기 반환점을 돈 뒤에 세 번째 법무장관이 됐다. 더구나 추미애 씨는 선임인 조국 전 법무장관이 온갖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남겨 놓은 오물을 치워야 하고, 그와 동시에 조국 씨가 시작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을 완수해야 하는, 기묘하게 맞물린 임무를 짊어져야 했다. 최근에 터져 나오고 있는 추미애 발언, 즉 막말에 가까운 상스럽고 험악한 말들은 이런 압박과 부담감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강금실 장관도 중수부 폐지,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같은 사법 개혁이 핵심 임무였다. 그러나 강 장관은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해서 공수처 설치를 접었다. 강금실 전 장관의 공적은 무리하게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않은 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때도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의 갈등설이 터져나와 있었다. 당시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를 이끌면서 노무현 캠프의 대선 참모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구속했다. 이에 청와대와 정치권의 압박이 들어오자 송광수 총장은 "차라리 내 목을 치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중수부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지금 보여드리는 사진처럼 당시에 검찰과 법무부 사이 갈등설이 최고조에 달하자 강금실 장관은 송광수 총장과 저녁 자리를 가진 뒤 송 총장의 팔짱을 끼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물론 송광수 총장은 강금실 장관보다 나이로는 일곱 살, 기수로는 11기 선배이니 마치 큰오빠의 팔짱을 끼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었다. 강금실 장관은 일선 검사 1400여명에게 e메일을 보내면서 검사를 낭만적으로 묘사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이렇게 말했다. "깨끗하고 아름답고 햇빛 속에서 순식간에 제 몸을 흔적 없이 다 녹여낼 수 있는 눈사람들이 영혼을 다치지 않고 살고 있었다." 또 강 장관은 톡톡 튀는 발언과 패션 감각으로 ‘강효리(강금실+이효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추미애 장관은 강금실 언니와는 확실히 다르다. 밀어붙이는 투사 이미지가 강해서 별명부터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다. 추 장관은 윤석열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는 검찰 인사를 2차에 걸쳐 거의 무자비한 수준으로 밀어붙였다. 윤 총장에 대해 지난 1월엔 "명을 거역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했고, 최근엔 "제 지시를 잘라먹었다"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했다. 아무리 추미애 씨가 윤석열 씨보다 사시 9기수 선배라고 해도, 그리고 자기가 당 대표를 역임한 5선 의원 정치인이라고 해도, 이것은 너무 오버한 것이고, 또한 법률적으로, 관례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언행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우선 추미애 장관이 잊고 있는 모양인데, 검찰은 법무부 외청이다. 우리나라 행정조직은 정부조직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부·처·청으로 나누는데, 이처럼 정부조직법, 즉 법률에 따른 중앙행정기관을 ‘외청’이라고 하고, 단순히 대통령령에 따른 청을 ‘내청’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법률에 따른 검찰청은 외청, 대통령령에 따른 국토관리청은 내청이다. 엄연한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검찰총장과 검사는 헌법에 임기와 역할이 명시된 헌법기관이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에게 "명을 거역했다" "지시를 잘라먹었다"며 마치 일방적인 아랫사람 다루듯 했는데, 이것은 명백히 법령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중대한 월권행위이자 직권남용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정당의 당 대표가 사무처 직원 다루듯 하는 느낌마저 준다.

추 장관은 이번 주 월요일에도 다시 포문을 열었다. 페이스북에 이렇게 말했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폭주기관차와 같다. 그 폭주는 반드시 국민의 피해로 귀결된다. 문민정부가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것에 있다." 윤석열 검찰을 폭주기관차에 비유한 것이다. 추 장관은 또 "저의 역할은 검찰개혁을 대한민국 역사의 되돌릴 수 없는 강 너머로 지고 가는 것" "다시는 검찰과 법이 약자가 아닌 권력을 보호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정말 추 장관의 현실 인식이 아연실색할 뿐이다. 지금 문 정권이 윤석열 총장을 찍어내려는 것은 ‘약자가 아닌 권력을 보호’했기 때문이 아니라 거꾸로 ‘살아있는 권력에 칼끝을 들이댔기’ 때문 아닌가. 어떻게 이토록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말을 천연스럽게 할 수 있는가.

또 추 장관은 검·언 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게 법무부 감찰을 지시했는데, ‘법무부가 수사나 재판 등에 관여할 목적으로 검사에 대한 감찰을 진행할 수 없다’는 법무부령을 스스로 어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추 장관은 SNS에 "유착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했는데, 이것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법무장관이 그 결론을 예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문 대통령도 마치 수사 결과를 미리 정해 놓은 듯이 이른바 적폐 수사를 사정 당국에게 지시할 때가 있었는데, 추미애 장관도 똑같은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같은 당 소속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 당혹스럽기까지 해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했다. 추 장관 앞에 법무장관이 66명이 있었지만, 추 장관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는 뜻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도대체 추 장관은 왜 자꾸 오버액션을 할까요"라고 물은 뒤 "친문세력에게 충성함으로써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의 꿈을 실현하는 데 가 있기 때문인데 노무현 탄핵의 주역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우려면 그들에게 과잉 충성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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