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 출신 기업법 전문가들이 설립한 법무법인 세움이 IT(정보기술) 스타트업 기업 맞춤형 법률 서비스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종합병원 대신 '심장내과'나 '통증의학과'처럼 특정 분야 전문의가 모인 '클리닉'을 지향하는 세움은 대형 로펌 이상의 전문성과 빠른 고객 대응이 강점으로 꼽힌다.
세움은 법무법인 세종 출신 정호석(연수원 38기)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 이병일(35기) 변호사가 2012년 설립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스타트업·IT 전문 부티크 로펌'을 자부한다. 사명도 '기업을 세운다'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세움의 주력 분야는 ▲스타트업·IT 기업 관련 투자 및 기업법무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암호화폐 등 가상 자산 관련 분쟁이다. 로펌도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게 운영한다. 상설팀을 두는 대신 각 변호사는 스타트업·IT·기업 분야에서 투자, 인수합병, 규제, 운영 자문, IP, 분쟁, 국제거래 및 소송 등으로 분야를 나누어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에 최적의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로 팀을 이루어 업무를 수행한다.
M&A(인수·합병), 경영권 분쟁 사건 전문으로 대한변협 블록체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 변호사와 IT 기업소송 전문 이병일 변호사, 이커머스와 모빌리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천준범(35기) 변호사, 투자·펀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변승규(변시 1회) 변호사, 블록체인과 스타트업 분야에 해박한 이현섭(변시 1회) 변호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과학고, 서울대 공대, KAIST 출신 등 이공계 분야를 전공한 변호사도 상당수 있다.
변호사 21명, 직원 14명 등 총 35명으로 작은 조직이지만 기업의 투자, M&A 분야에서 2018년 27건, 2019년 37건 업무를 맡아, 해당 분야에서 전체 로펌들 중 7위를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1인당 실적을 자랑한다. 블룸버그가 발표한 M&A 법률자문 분야 순위에서 4년 연속 10위권에 안착했다. 로펌 설립 당시 "큰 회사도 자문료를 부담스러워하는데 신생 스타트업이 법률 자문을 받겠느냐" "안정적인 길을 버리고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법조계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중고물품 거래 모바일 플랫폼 '번개장터' 관련 자문은 세움의 강점이 잘 드러난 사례다. 세움은 2011년 설립된 번개장터에 대해 투자, 인수합병 등 꾸준히 자문 역할을 하다 지난해 사모펀드투자 운용사에 대한 매각까지 대리했다. 신생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부터 함께하면서 기업 가치에 대한 이해와 협상을 바탕으로 출구 전략까지 함께한 업계 우수 사례로 꼽힌다.
지난 4월에는 세계 최대 가상 자산 거래소의 한국지사를 대리해 한 시중은행을 상대로 낸 거래정지조치금지 가처분 소송 신청에서 3일 만에 승소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세움은 "매일 막대한 거래가 이뤄지는 블록체인 거래소는 거래정지조치를 받으면 수많은 이용자가 큰 피해를 보는 구조였다"며 "평소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높은 세움의 장점을 살려 신속하게 대응해 가처분 인용을 받았다"고 했다. 세움은 2017년 국내 로펌 중 최초로 '블록체인·가상화폐 TF'를 구성하는 등 업계 동향에 신속 대처하는 로펌으로 유명하다.
세움은 스타트업 법률 자문으로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또는 대기업 상장사의 스타트업 투자 자문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가정간편식(HMR) 서비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대웅제약과 네이버의 헬스케어 관련 합작법인 설립 자문 등도 세움의 전문성이 발휘된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