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복궁 복원 예산 깎아 '뉴딜용' 유물닦기 알바에 쓰는 문화재청

조선일보
입력 2020.06.26 05:00 | 수정 2020.06.26 08:02

文추진 한국판 뉴딜에 50억 추경… 정작 '계조당 복원'은 17억 삭감

문화재청이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유물 닦기와 같은 단기 일자리 마련사업 예산 50억원을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를 위해 경복궁 계조당(繼照堂) 복원과 같은 중·장기사업의 예산은 도리어 삭감됐다. 야당은 "문화재청이 문화재 복원까지 뒷전으로 미루면서 '단기 알바' 만드는 일에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실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이번 3차 추경안에 단기 일자리 450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대학교 박물관에서 유물 정리하는 6개월짜리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50억2500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 대학 박물관에서 15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들의 임무는 유물 닦기, 일련번호 매기기, 사진 촬영 등이다. 문화재청은 사업계획서에서 "유물 세척 등의 작업에는 전문기술이 필요하지 않아서 청년들에게 예산의 즉시 집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화재청의 '유물정리 사업'은 내년인 2021년부터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에서 올해 7월부터 당장 추진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예산정책처는 "추경안까지 편성해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단기 일자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문화재청 본연의 사업들이 줄줄이 미뤄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2022년까지 복원할 계획이던 경복궁 계조당 복원공사 예산 33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억원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조당은 세종대왕이 왕세자 문종의 집무실 목적으로 건립한 것으로, 문화재청은 지난 3월 일제강점기 당시 파괴된 계조당 복원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 문화재 보수정비 267억원, 백제역사유적지구보존관리 59억원 등 관련 예산 또한 대폭 깎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복궁 계조당 복원까지 미뤄가면서 마련한 '유물 닦기 일자리'에 대한 호응도 시들하다. 박물관을 소유한 30개 대학 가운데 25곳만 신청에 나서면서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김예지 의원은 "유물 닦기 알바에 밀려 조선왕조의 권위를 상징하는 계조당의 복원 시기가 늦춰질 위기에 처했다"며 "도대체 무엇을 위한 한국형 뉴딜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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