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걷어낸 한강공원… 고라니도 놀러오네

조선일보
입력 2020.06.26 03:01

[뜬 곳, 뜨는 곳] 자연성 되찾은 서울 한강공원

지난 17일 정오 무렵 서울 강동구 암사동 광나루한강공원 암사생태공원 인근 수풀에서 갈색 물체가 튀어나왔다. 재빠르게 길을 가로지른 주인공은 고라니였다. 고라니는 올림픽대로와 맞닿은 언덕 끝까지 올라갔다가 이내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불과 20여m 떨어진 곳에서는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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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광나루한강공원 암사생태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산책길 의자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공원에 숲이 우거져 있어 시민들이 산책을 하다 야생동물과 종종 마주친다. /장련성 기자
서울 시민의 쉼터인 한강공원이 고라니가 뛰놀고 너구리가 인사하는 푸른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강시민공원은 1986년 9곳이 만들어졌다. 한강 수질을 개선하고 강변을 시민공간으로 가꾸는 한강종합개발사업도 이해 마무리됐다. 지난 2002년 강서·난지 등 두 곳이 추가로 개장하면서 한강공원은 11곳으로 늘었다. 오랫동안 시민의 휴식처로 사랑받았지만, 자연을 만나는 장소로는 아쉽다는 시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강물과 숲이 어우러지고, 새와 풀벌레가 날아다니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딱딱한 콘크리트 제방과 회색빛 고수부지로 상징되던 천편일률적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강공원의 변신은 서울시가 한강자연성회복 사업을 시작하면서 두드러졌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한 한강자연성회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우선 2022년까지 동쪽 끝 광나루공원에서 서쪽 끝 강서공원에 이르는 구간에 총 151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울창한 한강숲을 가꾼다. 또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내고 물고기와 새들이 날아드는 총길이 13.9㎞의 자연형 호안(湖岸)도 만든다. 이렇게 되면 이미 공사가 끝난 43.2㎞ 구간과 함께 전체 한강변의 70%가 자연형 호안으로 바뀌게 되고 호안 뒤편의 휑했던 둔치 곳곳이 숲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17일 공원 수풀 사이로 잠시 모습을 드러낸 고라니.
지난 17일 공원 수풀 사이로 잠시 모습을 드러낸 고라니. /장련성 기자
고라니와 깜짝 만난 암사생태공원 부근에서 이팝나무를 심어놓은 산책길을 따라 2㎞ 정도 가면 크고 작은 바위들로 뒤덮인 강기슭이 나온다. 다음 달 준공을 앞둔 1.2㎞의 자연형 호안 조성 현장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냈고, 주변에는 은쑥, 물억새 등 들풀을 골고루 심었다. 강물이 일렁이며 들이치는 바위틈은 물고기의 쉼터 겸 산란 장소가 되고, 물고기를 따라온 물새와 포유동물들도 함께 서식할 것으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 일대에는 멸종위기종인 삵을 비롯해 족제비, 황조롱이, 말똥가리, 물총새가 종종 목격된다. 광나루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망원(2.9㎞), 강서(2㎞), 뚝섬과 잠실(각 0.8㎞)의 콘크리트 제방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뀌며 생태공원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강기슭만 바뀌는 게 아니다. 한강을 따라 조성된 11개 한강공원이 점차 푸른 숲으로 바뀌고 있다. 앞서 지난 2015년부터 한강변에 나무 93만 그루를 심어 한강숲 26곳이 만들어졌다. 총넓이는 축구장 넓이의 95배(67만7000㎡)에 달한다. 숲은 세 가지 형태다. 강기슭과 가까운 곳에는 생태 복원을 돕는 버드나무 숲이 반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은 공원 중심에는 나무그늘을 즐길 수 있는 숲이 들어섰다. 또 올림픽대로·강변북로 경계에는 소음과 먼지를 막아주는 완충숲을 가꿔놨다. 올해에는 뚝섬(이팝나무길과 단풍길)과 망원(솔향기숲과 라일락숲), 난지(상록수림과 그늘숲)한강공원 등에 모두 10만그루의 나무를 심어 숲 6곳을 만든다. 내년에는 22만그루, 후년에는 21만그루를 추가로 심을 계획이다.

이미 조성된 한강숲은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심과 가깝고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맞닿아있는 이촌한강공원에는 대나무 5400여그루를 심은 댓바람숲이 만들어져 산책코스로 사랑받는다. 산책 나온 시민들이 이따금 너구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월드컵공원·하늘공원과 연결된 난지한강공원에는 키가 다른 나무 40여종 9만여그루를 골고루 심어 숲을 만들었다.

서울시는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과 함께 자전거·산책길 주변에도 꽃을 심고 있다. 올해는 반포와 양화한강공원 등 18㎞ 구간에 튤립·꽃양귀비·백일홍을 심었다. 난지(유채)·양화(밀·코스모스)·반포(메밀) 등 3곳에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향토작물단지도 가꿨다.

한강공원 곳곳이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녹지공간으로 바뀌면서 한강을 상징하는 녹지길도 생겼다. 한강변 40㎞ 길을 따라 미루나무를 심어놓았다고 해서 '미루나무 100리길'로 부른다. 신용목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자연성을 회복해가는 한강공원은 도시의 쉼터이자 허파"라며 "시민들이 코로나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최적의 안식처가 되도록 푸르게 가꿔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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