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 마이크 장악" 200만 중국 댓글부대 미 대선 노린다

입력 2020.06.23 15:48 | 수정 2020.06.23 18:49

"우마오당, 러시아 수준 사이버군단으로 성장"
미 대선 개입 우려하는 트위터, 17만개 계정 삭제
홍콩시위, 코로나 사태 거치며 트위터 등에서 극성
한해 4억5000만개 메시지 쏟아내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경제학자 허칭롄(何淸漣)은 지난 4월 ‘우한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중국 제조의 위기’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중국 댓글부대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미국 브레튼우즈연구소, 글로벌 컨설팅회사 AT커니 등의 최근 분석을 소개하면서 “이번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화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제조업이 쇠퇴하고, 미국과 이웃한 멕시코가 세계 제조업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글이었다.

◇막말과 조롱, 반체제인사 공격… ‘의화단 2.0’ 별칭

중국 댓글부대들은 여기에 조롱 섞인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무슨 컨설팅회사라는 것들은 모두 장님 코끼리 만지는 자들이야.” “미국인들은 수건 한장을 100달러씩 주고 사거나 계속 슈퍼마켓에 달려가서 휴지 사재기에 매달리를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지금보다 몇십배 비싼 가격에 생활용품을 사지 않으려면 조용히 중국에 남아 있는 게 나을 것”이라는 등의 글이었다. 웨인텅이라는 네티즌은 “허 선생은 중국 말고 다른 얘기는 못하나? 중국 얘기 안하면 생존 기반이 사라질 것같다는 느낌”이라고 그의 반체제 성향을 비꼬기도 했다.

허칭롄은 4월16일자 빈과일보 기고문에서 이들을 ‘의회단 2.0’이라고 불렀다. 권법으로 외세를 물리친다는 허망하고 맹목적인 애국주의로 교회, 병원 등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을 하다 중국을 오히려 더 서구열강에 종속시켰던 19세기 의화단과 행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물안 개구리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왼쪽은 중국 댓글부대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grandma yao'라는 트위터 계정 캡처. 오른쪽은 이 네티즌이 재미 중국학자 허칭롄에게 보내는 조롱글을 캡처한 것이다. 번역하면 '하하하, 웃겨죽겠네. 당신 트위터글은 정말 자극적이야. 당신이 이렇게 우수한 걸 당신 부모들도 알고 있나'는 내용이다. /조선닷커
왼쪽은 중국 댓글부대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grandma yao'라는 트위터 계정 캡처. 오른쪽은 이 네티즌이 재미 중국학자 허칭롄에게 보내는 조롱글을 캡처한 것이다. 번역하면 "하하하, 웃겨죽겠네. 당신 트위터글은 정말 자극적이야. 당신이 이렇게 우수한 걸 당신 부모들도 알고 있나"는 내용이다. /조선닷커

미국 네브라스카주립대학 오마하 캠퍼스의 대학생으로 여자축구선수인 칼렌 키건은 올 1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홍콩 시위에 관한 중국어로 된 글이 계속 올라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도용당한 계정 대신 다른 트위터 계정을 만든 키건은 지난 1월14일 “내 계정이 해킹을 당했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미국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매체인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해킹당한 키건의 계정은 1월말 코로나 사태로 우한이 봉쇄된 뒤에는 한동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중국 선전물을 올리는 좀비 계정 역할을 하다 트위터측에 의해 삭제됐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마오당(五毛黨)으로 불리는 중국 댓글부대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 국제 소셜미디어에 대거 진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선전물을 대거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글은 벌떼처럼 달려 들어 공격하는 등 국제 사회의 여론 흐름을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의 지시라도 받은 것처럼 서방국가들이 제기하는 중국 책임론을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중국이 코로나19에 대해 얼마나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했는지, 의료용품 기부로 국제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또 “코로나19는 미국에서 왔다”는 등 허위 뉴스를 퍼뜨리는 역할도 했다. 트위터는 이에 대응해 지난 11일 중국 정부 선전용으로 추정되는 17만개의 계정을 대거 삭제했다.

중국 댓글부대가 트위터에 올린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된 메시지. 왼쪽은 일본, 오른쪽은 프랑스를 비난하는 글로 코로나 19 전염 사태로 두 나라가 통제력을 잃었다는 내용이다. 중국어 문장 중 붉은 밑줄을 그은 부분에 일본과 프랑스라는 말을 넣은 것을 빼면 나머지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 같은 형식의 문장에 나라 명칭만 바꿔 넣어서 올린 글이다. /조선닷컴
중국 댓글부대가 트위터에 올린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된 메시지. 왼쪽은 일본, 오른쪽은 프랑스를 비난하는 글로 코로나 19 전염 사태로 두 나라가 통제력을 잃었다는 내용이다. 중국어 문장 중 붉은 밑줄을 그은 부분에 일본과 프랑스라는 말을 넣은 것을 빼면 나머지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 같은 형식의 문장에 나라 명칭만 바꿔 넣어서 올린 글이다. /조선닷컴

◇계정 도용하고 로봇 계정도 대거 운용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우마오당의 공식 명칭은 인터넷평론원이다. 올리는 글 한 건 당 우마오(五毛·마오는 1위안의 10분의 1에 해당하며, 한화로는 약 85원)의 정부 수당을 받는다고 해서 ‘우마오당’으로 부른다. 최근에는 댓글 수당이 2마오(약 35원)로 떨어졌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중국 대륙에서 활동하는 우마오당의 숫자는 50만명에서 최대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마오당은 그동안 주로 중국 내 인터넷 통제와 여론 조작용으로 활용돼 왔는데, 2017년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홀딩스 회장 미국 망명 사건 이후 국제 무대에도 고개를 내밀었다. 궈 회장이 중국 최고지도부의 부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자, 그를 비난하는 글을 주로 올렸다.

작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는 우마오당이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홍콩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홍콩 경찰의 강제 진압을 찬양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작년 8월 중국 정부와 연계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20만개의 계정을 정지시켰을 정도로 극성을 부렸다.

◇핵심 계정은 2만3000개, ‘좋아요부대’는 15만명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중국 댓글부대의 국제 무대 활동은 더 조직화, 체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위터는 중국 댓글부대를 중국 당국, 관영매체 등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메시지를 퍼뜨리고 허위 뉴스를 전파하는 핵심 계정과 단순히 이를 리트윗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데 동원되는 앰프 계정으로 구분한다. 트위터는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에서 이런 핵심 계정이 2만3750개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랑(戰狼) 외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위터에 공격적인 메시지를 올린 중국 외교관, 파워 트위터 계정까지 사들이면서 국제 선전에 열을 올린 중국 관영 매체와 협력하면서 비슷한 메시지를 쏟아내는 중국 댓글부대의 주력군이다. ‘좋아요 부대’라고 할 수 있는 앰프 계정은 15만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앰프 계정은 계정 소유자의 이력이 거의 나와 있지 않고 팔로워도 거의 없거나 있어도 한자릿수를 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앰프 계정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운용하는 사이버 로봇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방 연구기관들은 중국 댓글부대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던 러시아의 인터넷리서치에이전시(IRA) 같은 사이버전군단으로 발돋움한 것으로 평가한다. 단순히 애국주의로 무장한 중국 청년층이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국제 여론 조작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민간의 인터넷 기술 기업들도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화춘잉 “국제 무대 마이크 장악하라”

코로나 19 사태 이후 국제 여론전을 주도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작년 7월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에 게재한 글에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데도 아직 국제 무대에서 마이크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의 국제적인 발언권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 연구기관들은 중국 댓글부대가 한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메시지가 4억5000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인 디플로맷은 지난 5월11일자에서 “지난 몇 달 간의 상황을 보면 친중 요원들은 미국,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이탈리아,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전면적이고도 은밀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가짜 뉴스 전파와 사회적 갈등 유발, 여론 조작 등을 통해 민주적 절차를 교란하는 게 그 목적”이라며 “중국어로 된 글을 트위터에 올리던 2017년과는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국립 중산대학 정치학연구소의 천즈제(陳至潔)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에 러시아의 IRA와 비슷한 기구가 이미 만들어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댓글부대는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올리는 글의 80%가 중국어로 돼있고, 내용도 수준이 낮아 국제 여론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작년 8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트위터 글을 보면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에 비해서는 내용적으로 노련하지 못하고, 좀 황급해 보인다”고 했다. 이 연구소의 엘리스 토마스 연구원은 “댓글 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봐서 인민해방군과 국가안전부(중국정보기구)가 배후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9일 열린 미 하원 정보위 온라인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닉 피클 트위터 글로벌공공정책 담당 책임자. 닉 피클은 이날 증언에서 '대선에 대한 외부 개입 우려는 실재하고 있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지난 19일 열린 미 하원 정보위 온라인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닉 피클 트위터 글로벌공공정책 담당 책임자. 닉 피클은 이날 증언에서 "대선에 대한 외부 개입 우려는 실재하고 있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11월 대선 개입하나, 긴장하는 미국

그럼에도 올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댓글부대가 2016년 러시아처럼 미국 대선에 은밀히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가 트위터 등에 중국 댓글부대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요구하고, 트위터가 이를 받아들여 17만개의 계정을 삭제한 뒤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짐 하임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난 18일 하원 정보위 직후 기자들에게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같은 적국들이 이 나라의 양극화된 정치에 불을 붙여 큰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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