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해온 '28회 조선일보 환경대상' 수상자들을 소개합니다.
◇시상식: 6월 19일 조선일보 미술관
◇시상: 부문별 상패 및 상금 1000만원, 환경부 장관 상장
◇본선 심사위원:
고철환(서울대 명예교수·심사위원장)
이병욱(전 환경부 차관)
이미경(환경재단 상임이사)
김용건(KEI 선임 연구위원)
김재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박광석(환경부 기획조정실장)
정선화(환경부 대변인)
한삼희(조선일보 선임논설위원)
이진석(조선일보 사회정책부장)
※올해 '기업 부문'에는 적합한 후보가 없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비영리부문 - 꾸룩새연구소]
생태 교육프로그램 개발, 지난해 1000여명 찾아
지난 2017년 파주시가 법흥리에 체험형 관광단지를 설립하려고 하면서 이 지역 수리부엉이 서식지가 위기에 처했다. 당시 파주시는 이미 환경청과 협의를 거쳤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협의 사항에는 이 지역이 수리부엉이 서식지라는 사실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때 나선 것이 2012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꾸룩새연구소'였다. 꾸룩새는 수리부엉이의 별명이다. 정다미 연구소장은 개인적으로 2006년부터 이어온 해당 지역의 수리부엉이 관찰 자료를 제시해 이 지역이 수리부엉이 서식지란 사실을 증명했다. 파주 시민과 환경 단체들도 힘을 모았다. 환경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 지역이 개발에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냈고, 해당 사업은 중단됐다.
꾸룩새연구소는 새와 곤충에 대한 연구도 이어오고 있다. 파주시 정다미 소장 자택의 유휴 공간을 전시 공간 및 강의실로 조성하고 마당에는 생태교육 환경을 구성했다. 지난해에는 1000여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2016년에는 수리부엉이 펠릿(먹이를 먹고 소화하지 못한 뼈와 털을 뱉어낸 물질)을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생들은 수리부엉이 펠릿을 직접 분해하면서 수리부엉이의 생태를 알아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우수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정받았다. 정다미 소장은 "앞으로도 꾸룩새를 포함한 야생 동식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 문화를 이끌어 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인부문 - 석정여중 정병학 교사]
20년간 학생들과 탄광 폐석지 연구해 식물 복원
"선생님, 여기는 왜 이렇게 식물이 하나도 없어요?" 강원도 영월의 석정여중 정병학(55) 교사는 지난 2000년 담당하던 환경동아리 '스팀(Steam·융합과학교육이란 뜻)'을 인솔해 인근 탄광 폐석지를 둘러보다 한 학생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호기심이 생긴 정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폐석지 흙을 페트병에 담아 학교로 가져와서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져온 폐석지 흙은 다량의 중금속과 낮은 산도 등으로 도무지 식물이 살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흙이 쌓인 정선과 영월 인근 폐석지가 남한강 최상류를 이루는 하천 주변에 산재해있다는 것이었다. 정 교사는 "비가 오면 이런 흙이 강으로 흘러들어 가겠구나 싶어서 걱정됐다"고 했다.
이때부터 정 교사와 학생들은 끈질기게 폐석지 내 식물 복원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방과 후는 물론 주말에도 폐석지를 찾아 어떤 식물이 정화 작용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등나무가 적합하다는 결과도 얻었다. 지난 20여 년간 학생들이 기록하고, 매년 각종 과학전람회와 환경동아리 발표에 제출한 논문 형식의 보고서만 70여편에 달한다. 아이들을 이끈 정 교사는 2018년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 최고지도교사상 등 다수의 지도자상을 받았다. 정 교사는 "환경동아리 제자 중 몇몇은 환경과학대에 진학해 졸업 후 함께 환경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한다"며 "학교 인근 동강의 하천 복원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공공부문 - 육군종합정비창]
친환경세척기 자체개발 등 軍장비 정비환경 개선
육군종합정비창(창장 이기중)은 국군이 사용하는 모든 지상 장비를 최종 정비하고 재생하는 부대로 도금·도장·연마 등 여러 정비 공정을 운영하는 중에 많은 환경오염 물질과 폐기물이 나온다. 그래서 불가피한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18년 자체적으로 개발해 도입한 친환경 세척기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전투 장비 세척에 사용되는 솔벤트는 독성이 강하고 사용할 때 대기오염 물질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정비창에선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고 있다. 또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친환경 세척기도 자체 개발해 2018년 12대를 상용화했다. 올해는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자동세척기 5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체 폐수처리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정비창이 있는 창원시 의창구는 청정지역이자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규제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엔 폐수 정화 공법을 개선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미세 먼지 원인 물질이 되는 질소산화물을 적게 배출하는 저(低)녹스보일러를 설치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출퇴근 카풀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많은 기존 디젤 장비는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고 있다.
종합정비창 이기중 창장은 "친환경 부대 운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군 환경 업무 개선을 통해 깨끗한 환경 만들기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문 - 부천시산울림청소년수련관]
14년간 청소년 환경교육… 유네스코 인증 획득
2006년 경기도 부천시 원미산 중턱에 세워진 부천시산울림청소년수련관(관장 양승부)은 그동안 청소년 활동과 환경 교육을 결합하는 데 주력해왔다. 부천시는 도심 녹지율이 13.6%(환경부 권고 도시 녹지율 30%)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수련관은 부천시에서 그나마 녹지가 풍부한 원미산 환경을 활용해 2008년 청소년활동시설 최초로 생태탐방센터를 개소했다. 이를 토대로 '산울림 UN SDGs(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아카데미' '산울림 사계절 학교' 등 다양한 생태 체험 교육 프로그램과 저소득층 청소년이나 장애 아동, 위기 청소년 등을 위한 맞춤형 환경 교육으로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노력했다. 수련관 개관 당시 "원미산을 훼손해 건물을 짓는다"며 수많은 시민환경단체가 반대했다. 수련관은 당시 반대하던 단체들에 "도심 속 부족한 녹지 보존을 위해선 오히려 수련관의 친환경 교육이 필요하다"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반대하던 단체 가운데 7곳을 수련관의 자문 기관과 강사로 초빙해 환경 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환경'과 '교육'의 상생 모델로 지난해엔 전국 청소년수련관 최초로 환경부 지역환경교육센터로 지정됐고,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공식 프로젝트 인증을 받았다. 양승부 부천시산울림청소년수련관장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환경 보전 방법을 시민들과 함께 찾아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