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주요 7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G7 체제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G7에 한국·호주·인도·러시아와 브라질을 더해 G11이나 G12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이 일회성 옵서버가 아니라 G11 정식 멤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며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G20 회의에 가입한 것은 우리 한민족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었다. 세계의 변방이었던 우리가 세계 질서를 논의하는 무대에 진입한 것이다. G11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주요국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최근 미·중 간에는 무역, 코로나, 홍콩 문제를 놓고 사실상 신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G7+4' 회의를 '반(反)중국 연대'의 장(場)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반중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 참여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초청에 응한 것이 '한국이 반중 연대에 가담했다'는 메시지로 읽힐까 봐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G7+4 참여와 대중(對中) 관계는 반드시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모두 중국과 관계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못 하지는 않는다.

G7+4 회의 참여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이 경제 규모 12위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맡고 발언권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다. 주요 국가 정상들과 범지구적 이슈를 논의하고 속내를 주고받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G7+4 회의에서 과도한 중국 배척 논의가 진행된다면 우리 정부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원칙을 확고히 하며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