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과 바람이 빚었다, 원주 산속 별천지

입력 2020.05.29 03:01

[그곳의 건축] [3] 강원 원주 '뮤지엄 산'
안도 다다오 "별천지 만들겠다"
오솔길 지형 그대로 살린 미술관… 7만㎡ 부지 전체가 거대한 작품

박경리문학관과 뮤지엄 산으로 군사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신

"강원도 원주시에 산상(山上) 미술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부디 설계를 맡아주십시오." 지난 2005년 10월 고(故) 이인희 전 한솔문화재단 이사장은 간곡한 마음을 담아 편지 한 통을 썼다. 수신인은 '빛과 물과 바람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79)였다. 산상 미술관은 이 전 이사장의 오랜 꿈이었다. 어른과 아이 누구나 찾아와 산과 바람, 예술을 느끼고 살아갈 힘을 되찾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다.

이 전 이사장의 편지를 받아든 안도 다다오는 한 달 후인 2005년 11월 원주를 찾았다. 이 전 이사장이 원한 곳은 원주시 지정면 구룡산(478.3m) 중턱이었다. 애초 안도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어렵겠다"며 마뜩잖아했다. 그러나 실제 부지(7만 1172㎡)를 둘러보곤 마음을 바꿨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안도는 "이곳에 별천지를 만들어 보겠다"며 설계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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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구룡산 중턱에 자리 잡은 뮤지엄 산(SAN)은 '빛과 물과 바람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지난해 21만명이 찾아오며 군사도시 원주를 문화도시로 알리는 날개가 됐다. 사진 가운데 빨간 조형물은 12조각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알렉산더 리버만 작가의 '아치형 입구'다. 보도 양옆 물이 담긴 수조는 하나의 캔버스가 돼 하늘과 산을 담는다. /한솔문화재단
이 전 이사장이 꿈꾸고 안도가 빚어낸 '산 위의 별천지'는 지난 2013년 개장한 '뮤지엄 산(SAN)'이다. 산의 품에 안긴 미술관이기에 '뮤지엄 산(山)'이다. 공간(Space), 미술(Art), 자연(Nature)의 영문 첫 글자를 모아 만든 이름이기도 하다. 최용준 뮤지엄 산 학예실장은 "뮤지엄 산은 이름처럼 전체 공간에서 미술,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지난해 21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뮤지엄 산은 군사도시로 통하던 원주시가 문화 도시로 변신하는 데 날개를 달아줬다. 원주는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제1차 문화도시에 지정되며 정식으로 '문화도시 원주' 명칭을 갖게 됐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국비 100억원이 문화 사업을 위해 지원된다. 지난해 11월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문학도시에도 가입해 글로벌 문화도시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 같은 변신엔 박경리문학공원과 뮤지엄 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경리 선생은 1980년부터 28년간 원주에 거주하며 대하소설 '토지'의 결미인 4부와 5부를 집필하며 원주에 문학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뮤지엄 산은 예술적 수준을 더욱 끌어올렸다.

해발 275m에 걸터앉은 뮤지엄 산엔 빛, 물, 바람을 재료로 쓰는 안도의 건축 철학이 담겨 있다. 지난 23일 찾아간 뮤지엄 산은 거대한 돌담에 둘러싸여 있었다. 동행한 최진 한솔문화재단 학예사는 "관람객이 편안한 자연을 느끼도록 흔히 볼 수 있는 파주석(파주에서 캐낸 돌)으로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담 안쪽으로 안도의 대표작인 일본 홋카이도 물의 교회,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 근대미술관처럼 고요한 물이 건물을 휘감고 있다. 관람객은 웰컴센터에서 시작해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 스톤가든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게 된다. 안도는 자연과 하나 된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오솔길 지형을 그대로 살려 미술관을 만들었다. 7만1172㎡의 부지가 자연에 안긴 거대한 작품이 됐다. 이날 만난 관람객 박미소(27)씨는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일상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엄 산은 지역 경제에도 효자 노릇을 한다. 지난 2013년 첫 개장 당시 6만5000명이 찾은 데 이어 2017년 16만8000명, 2018년 17만8000명, 지난해 21만명이 방문했다. 올해는 원주시 전체 인구인 35만명과 맞먹는 관람객이 원주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병하 원주시 관광개발과장은 "관람객 한 명이 인근 식당에서 1만원짜리 국밥을 먹어도 연간 21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며 "소금산 출렁다리 등으로 유명한 간현유원지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원주시는 지난해부터 뮤지엄 산과 함께 쉼표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시티투어버스인 쉼표 버스를 타고 뮤지엄 산에 자리한 명상관으로 이동해 명상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이용객이 2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인정받은 원주는 박경리문학관에 이어 뮤지엄 산이 생기면서 문학과 미술의 양 날개를 달았다"며 "예술을 통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도시로 더욱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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