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소녀상 저작권

조선일보
입력 2020.05.29 03:18

'평화의 소녀상'은 수요집회가 1000번째를 맞던 2011년 12월 14일 처음 세워졌다. 애초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비석을 세울 계획이었으나 조각 작품을 세우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단발머리에 한복을 입고 의자에 앉은 모습이 대표적이지만, 손에 동백꽃을 들고 있거나 등에 날개를 단 소녀상도 있다. 조개를 캐다 일본군에 잡혀간 할머니의 사연을 담은 소녀상 옆엔 호미가 담긴 소쿠리 조각이 놓여 있다.

▶소녀상은 현재 전국 120여 곳에 세워져 있으며 여고생들이 30㎝ 크기의 '작은 소녀상' 운동을 벌여 200곳 넘는 중·고등학교 운동장에도 작은 소녀상이 있다. 일본 정치인이 소녀상 앞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쓴 말뚝을 세워둔 사건을 시작으로 일본의 혐오가 심해질수록 소녀상은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울 때는 시민 단체가 구청 허가 없이 불법 설치했다. 구청이 이를 철거하자 시위대는 구청장을 '일본 앞잡이'라고 공격해 항복을 받아냈다. 

[만물상] 소녀상 저작권
▶2015년에는 광주광역시에서 소녀상 설치 모금을 한 20대 남자가 4200여만원을 기부받아 유용하거나 횡령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봉사 활동으로 유명했던 이 사람은 "큰돈이 생기니 친구한테 술도 한잔 사고 싶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쓰기도 했다"라고 말한 뒤 잠적했다. 개인 계좌로 기부받고 장부 정리도 전혀 들어맞지 않은 게 현재 윤미향씨에게 쏟아지는 의혹과 복사판이었다.

▶강원 태백시에 최근 설치된 소녀상이 제막식도 못하고 헌 이불로 꽁꽁 싸매진 채 천대받고 있다고 한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최초의 소녀상'을 만든 부부 작가가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폐기 처분을 요구했다. '원조 작가 부부'가 그간 100개 가까운 소녀상을 만들었고 매출액이 3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소녀상을 '예술 작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누구든 만들 수 있는 모두의 소유로 볼 것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원조 작가가 저작권 소송을 예고하면서 비슷한 작품을 만든 사람에게 '범죄 행위'라고 지적한 것을 보고 당혹감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소녀상을 특정 작가가 거의 독점 제작해왔고 저작권 다툼까지 벌인다니 입맛이 쓰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하는 것은 다 같은데 어떤 소녀상은 추울까 봐 목도리를 두르고 어떤 소녀상은 빛도 못 본 채 넝마를 뒤집어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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