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축제' 집으로 보내고, 원격으로 점자학습 돕고… 만나지 않고 연결되는 방법 찾는다

입력 2020.05.26 03:00

[언택트 시대, 진화하는 제3섹터] ② 사회적경제

"유채꽃 축제를 보내드립니다."

지난 3월 25일, 경남 남해 두모마을에 있는 청년 기업 '팜프라'는 일주일간 마을에 핀 유채꽃을 택배로 보내주는 깜짝 판매 이벤트를 진행했다. 두모마을은 매년 봄 흐드러지게 피는 유채꽃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코로나19가 덮친 올해는 아예 꽃밭을 갈아엎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팜프라는 "유채꽃 축제를 배달하자"는 의견을 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온라인 홍보를 시작하자 순식간에 주문이 밀려들었다. 팜프라는 "이번 판매를 통해 지역에 사람이 직접 찾아오지 않아도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팜프라에서 보낸 ‘유채꽃 축제’ 택배 실물 사진.
팜프라에서 보낸 ‘유채꽃 축제’ 택배 실물 사진. / 팜프라 제공
지난달 20일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성남시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지난달 20일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성남시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 드림위드앙상블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온라인으로 '소셜 비즈니스' 이어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겨난 '언택트(Untact·비대면)' 흐름이 사회적경제 영역까지 퍼지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공동체 활성화'를 주장해온 사회적경제 영역에 언택트는 큰 도전이다. 사업의 핵심이 '대면'인 경우가 많아서다.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 교육이 필수적이고, 마을기업이나 자활기업의 경우에도 대부분 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만남'이 중요하다.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 돌봄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의 경우에도 만나지 않고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다.

최근 들어 서비스의 질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언택트 흐름에 동참하는 방법을 찾아낸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시각장애인용 점자 학습기기 '탭틸로'를 보급하는 사회적기업 '오파테크'다. 점자 학습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6개월. 코로나19로 대면 교육이 어려워지자 오파테크는 부모가 직접 교안을 보고 시각장애 아동을 가르칠 수 있게 교안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이경황 오파테크 대표는 "탭틸로를 앱에 연결해 특수교사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찾은 방법은 '원격제어'다. 교사가 한 단어를 말하고 나서, 학생이 그 단어를 점자로 읽거나 쓰면 온라인상에서 교사가 학생이 정답을 맞혔는지 확인하고 틀렸을 경우 고쳐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발달장애인 연주단인 '드림위드앙상블 사회적협동조합'도 온라인 공연과 교육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공연과 장애인 인식 교육이 주 수입원이던 드림위드앙상블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연이 뚝 끊겨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지난달부터 온라인 공연이나 교육영상 촬영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이옥주 드림위드앙상블 이사장은 "온라인을 통해 조금이나마 활동을 이어가게 돼 숨통이 트인다"면서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도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새 단원을 채용하고 유튜브로 무료 공연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에 언택트는 또 다른 기회"

결혼·출산 등으로 경력에 공백이 생긴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소셜벤처 '위커넥트'는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하던 커리어·직무 교육이나 채용 박람회 등을 대부분 온라인 모임으로 바꿨다.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는 "경력 보유 여성은 능력이 충분해도 '출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되어 온 사람들"이라며 "온라인이 중심이 되는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이 여성들에게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무대를 넓히다보니 새로운 협력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위커넥트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내의 경력 보유 여성 재취업 지원 소셜벤처인 '심플스텝스'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공유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언택트는 '비연결'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만나지 않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게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변형석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사회적경제 조직 대부분이 영세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불구, 직원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고용 조정 제로' 선언을 한 것도 그 일환"이라며 "언택트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겠지만,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적경제의 원칙을 지키면서 '언택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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