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핵 강화, 中 국방비 증강, 우리만 '대화로 나라 지킨다'

조선일보
입력 2020.05.25 03:26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북 매체가 전했다. 또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했다. '핵 억제력'은 북한이 자신들의 핵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22일간 잠행하던 김정은이 다시 공개 활동에 나서면서 핵무기와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북은 미·북 대화 국면으로 눈속임을 하면서도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북은 지난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시험만 13차례 했다. 핵 동결로 모든 제재를 풀려는 계산이 어긋나자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에는 평양 인근에 ICBM 여러 기를 한꺼번에 세워 조립할 수 있는 규모의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이 관측됐다. 조만간 ICBM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SLBM 탑재용 신형 잠수함 공개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 지명자가 "북의 핵무기 및 발사체계 보유 시도가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의 하나"라고 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6.6% 늘린 216조원으로 결정했다. 코로나 타격으로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국방 예산만은 늘린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신냉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미·중 충돌이 경제 전쟁을 넘어 군사적 충돌로 번지는 틈을 타 김정은이 불장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은 이처럼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오로지 대한민국만 무사태평이다. 우리 군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한다. 북이 우리를 겨냥한 미사일을 쏴도 입을 다물고 DMZ 초소에 북 총탄이 탄착군을 형성하며 박혀도 "우발적 사고일 것"이라며 도리어 북을 감쌌다. 북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어떤 사과도 안 했는데 우리가 알아서 '5·24 대북제재 폐기'로 면죄부를 줬다. 북핵·미사일 개발을 억누르기 위한 제재는 '평화를 가로막는 걸림돌' 취급한다. 우리 해·공군의 방어 훈련 보도에 북이 반발하자 청와대가 군 지휘부를 불러 질책하기도 했다. 총선 압승으로 거칠 것이 없어진 이 정권에서 이런 모습은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북의 핵·미사일 위협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있긴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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