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질책성 회의뒤… 軍, 합동 화력훈련 연기

조선일보
입력 2020.05.18 03:00

軍관계자 "19일로 예정됐지만 날씨 안좋아 내달로 미뤄져" 해명
軍안팎선 "北 자극 우려한 듯… 눈치보기 지적 피하기 어려워"

우리 군이 이번 주에 실시하려던 대규모 육·해·공군 합동 화력 훈련을 다음 달로 연기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연기 이유는 기상 상황 때문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최근 북한 '눈치 보기' 상황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19일로 예정됐던 합동 화력 훈련이 다음 달로 미뤄졌다"며 "돌풍과 비가 예고되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은 애초 북한군이 최근 우리 군 훈련에 사사건건 반발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북한이 동해상에서 무력 도발을 일으킨 상황을 가정해 첨단 탐지 수단을 활용해 표적을 식별하고 도발 원점과 지원 세력까지 타격하는 내용이다. 이 훈련에는 '한국판 강철비'로 불리는 육군의 다연장로켓 천무(MLRS)와 아파치 헬기, 해군 함대함(艦對艦) 미사일인 하푼과 해성-Ⅰ, 공군 FA-50 전투기 등이 동원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강원 고성 송지호 해변에서 실시된 합동 사격훈련에서 육군 8군단 장병들이 130㎜ 다연장 로켓(구룡)을 발사하고 있다.
2017년 강원 고성 송지호 해변에서 실시된 합동 사격훈련에서 육군 8군단 장병들이 130㎜ 다연장 로켓(구룡)을 발사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군 안팎에서는 정부가 이번 대규모 화력 훈련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국방부도 훈련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군은 그동안 정기적으로 이 훈련을 해왔지만 공개 여부는 그때그때 달리 판단했다. 군은 북한의 도발이 한창이던 지난 2017년 강원 고성 송지호 사격장에서 실시한 합동 화력 훈련을 대대적으로 공개했고, 이후에도 일부 훈련을 공개했다. 이번 훈련은 당시와는 달리 경북 죽변 해상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는데 이는 9·19 군사합의 때문이다. 우리 군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육군 유일의 실사거리 포병 사격 훈련장인 송지호 사격장을 사실상 폐쇄했다.

하지만 아예 훈련이 미뤄지자 군 안팎에서는 여러 뒷말이 나왔다. 한 군 관계자는 "기상 탓으로 연기했다고 하지만 최근 청와대 기류를 보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돼 버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훈련이 계획된 19일과 대체 훈련일 모두 기상예보상 날씨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북한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8일 북한이 국방일보에 서북도서 방어훈련이 보도된 것을 보고 반발하자 군 고위 당국자들을 소집해 질책성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는 "질책은 없었다"고 했지만, 군에서는 "북한이 화를 낸 직후 예정에도 없는 회의를 열고, 이례적으로 계룡대에 있던 육·해·공군 공보 책임자들까지 전부 소집한 것 자체가 질책"이라는 말이 나왔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7일 또다시 "북남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전면 위반"이라며 서북도서 방어훈련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 훈련은 9·19 군사합의와 관련된 '서해 평화 수역'이 아닌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실시됐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