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 '루비'를 안고 있는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왼쪽),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반려견 '홍이'를 쓰다듬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홍준표 전 대표 간 ‘똥개 배틀’이 진행 중인 가운데 두 사람의 반려동물 취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냥집사’(애묘인)로 유명하다. 2013년 6월 유기묘를 입양, 철학자 이름을 따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루비)이라고 명명했다. 진 전 교수는 여야 정치인과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가차없는 독설을 날리면서도 반려묘 루비에 대해선 ‘숭배’에 가까운 애정을 드러냈다.

진 전 교수가 2017년 출간한 고양이 찬양 에세이집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진 전 교수는 "고양이는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적 존재"라고 했다.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진중권 전 교수는 2017년 고양이의 매력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고양이는 질문을 던지는 동물, 즉 인문학적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양이성을 구현한다는 것은 사회 속에서 살면서도 고양이 특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을 가리킨다”며 “고양이에게 배움으로써 우리는 더 매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홍준표 전 대표는 ‘애견인’으로 알려졌다. 2017년 대선 당시 반려동물 공약을 제시하며 자신이 기르는 진돗개 ‘홍이’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홍이를 쓰다듬으며 “퇴근길~ 아빠 왔다. 우리 홍도 잘 놀았어요?”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반려동물은 우리의 친구이자 가족”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의 2017년 대선 반려동물 공약 포스터. 홍 전 대표는 개헌을 통해 동물 보호 정신을 헌법에 명시하고, 현재 '물건'으로 규정돼 있는 반려동물 지위를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하면서 "정의당보다 진보적이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대선에서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저마다 반려동물 공약을 제시했다. 이 중에서도 홍 전 대표의 반려동물 공약은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예 헌법을 개정해 동물보호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고, 현행 민·형법에서 ‘물건’으로 규정된 반려동물의 지위를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당시 정치권에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보다 파격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진중권 전 교수, 홍준표 전 대표의 ‘똥개 논쟁’으로 두 사람의 사상적 지향과 반려동물 취향 간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진보주의자는 고양이를, 보수주의자는 개를 좋아한다’는 정치권 속설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속설은 2012년 미국 대선 결과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애완동물 소유와 인구통계 자료집’(US Pet Ownership & Demographics Sourcebook) 조사에 따르면, 개를 키울수록 보수 성향이, 고양이를 키울수록 진보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개를 키우는 가정이 많은 상위 10개 주 중 9개 주가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에게 표를 더 많이 던졌다. 반면 뉴욕, 로드아일랜드, 미네소타주처럼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10개 주 중 상위 9개 주는 민주당 오바마 후보를 뽑았다. 버몬트, 메인, 오리건, 워싱턴 등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주들에선 개를 키우는 사람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