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니 '위안부 단체' 문제 모두 밝히라

조선일보
입력 2020.05.09 03:26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에 대해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 성금도 피해자들한테 쓴 적이 없고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며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집회를 주도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해서는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했다. 또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에 대해서도 "사욕 때문에 애먼 데 갔다"고 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30년 전) 이 할머니 첫 전화는 '내가 아니고 내 친구가…'였다"면서 마치 이 할머니가 위안부 출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를 회고하는 듯하면서 이 할머니를 겨냥하는 것이다. 정의연과 시민당도 "1억원씩 드렸고 이 할머니도 돈을 받았다" "할머니의 기억이 왜곡돼 있다" "심신이 취약한 상태"라고 맞받았다. 이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미 의회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해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할머니를 한·미 국빈 만찬에 초대했고, 여권 인사들은 줄을 서서 그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를 보고 인증샷을 남겼다. 윤 당선인도 지난 30여 년간 위안부 시민 단체 간판으로 활동했고 그 덕에 총선에서 여당 비례대표 상위권 순번을 받았다. 위안부 이슈의 전면에서 손발을 맞추던 두 사람이 서로 '국회의원 되려고 나를 이용했다' '고령이라서 헷갈리는 것'이라며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위안부 문제는 우리의 아픈 역사이자 한·일 간에 가장 민감한 쟁점이다.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합당한 사과와 배상을 받기를 바라지 않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시민 단체들은 이런 전 국민적 염원을 명분 삼아 어느 순간부터 '문제 해결'보다 '문제 유지'와 잿밥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할머니들 한(恨)은 그대로인데 단체 사람들은 줄줄이 정치권과 공직에 진출했다. 절충이 불가피한 국제 현실을 외면한 채 정치적 목적의 반일(反日) 선동에 편승해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니 이 할머니의 폭로에 시민 단체 안팎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로 국민 성금도 받고, 일본 측 위로금도 받고, 국회의원까지 된 사람들이 이제 갑자기 그토록 떠받들던 이 할머니를 진짜가 아닌 듯이, 치매 노인인 듯이 취급하고 있다. 만약 이 할머니가 위안부 출신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이들은 이를 알면서 이용해온 것이 된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윤 당선자뿐 아니라 여당·정권은 의혹을 해명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성원을 보내던 국민에 대한 예의다. 이 정권은 전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외교 적폐 1호' 낙인을 찍고 폐기하면서 "피해자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런 정권에서 피해자 할머니가 "속고 이용당했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나라가 부끄럽고 국민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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