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새 수도 예정지가 쓰나미(지진 해일)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수도인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조코 위도도(가운데 모자 쓰고 웃는 사람) 인도네시아 대통령.

영국·인도네시아 공동 연구팀은 신수도 부지가 들어서는 보르네오섬(칼리만탄섬)과 술라웨시섬 사이 마카사르 해협에서 수중 산사태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사실을 찾아내 최근 런던지질학회에서 발표했다고 영국 BBC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만약 대규모 수중 산사태가 반복되면, 쓰나미가 발생해 새 수도와 가까운 발릭파판만이 침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진 데이터를 사용해 마카사르 해저의 퇴적물과 구조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진흙과 모래 등 침전물이 더 깊은 해저로 퍼져 내려간 흔적이 뚜렷한 19개 구역을 발견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위험으로 고려할 사항일 수 있다”면서도 “아직 정확한 상황 평가를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므로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BBC에 말했다.

조코 위도도(58·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수도 이전지는 동(東)칼리만탄주(州)에 있는 북(北)프나잠파세르군과 쿠타이 카르타느가라군 등 2개 군(郡)의 일부 지역”이라고 밝혔다. 수도 이전지는 칼리만탄주의 중심 도시 발리파판을 반원으로 둥그렇게 둘러싼 외곽 지역이다.

인도네시아 새 수도 예정지.

자카르타가 속한 자바섬에 있는 지하수를 과도하게 개발하고 고층 건물을 많이 지어 자카르타의 지표면은 매년 7.5㎝씩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됐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전지 결정 배경에 대해 “해당 지역이 지진과 쓰나미, 홍수, 산불, 화산 등 재난 위험이 적고,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 중앙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수도 이전은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50년대부터 이어진 정치권의 숙원 사업이었다. 인도네시아의 고질적인 인구과밀 때문이다.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은 전체 인도네시아 면적의 7%에 지나지 않지만, 거주 인구는 전 국민(2억6400만명)의 절반이 넘는 1억4100만명에 이른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계획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일단 올해 신수도 건설 사업에 착공해 2024년 이주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