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100세 일기] 일, 여행, 사랑… 내가 늙지 않는 세 가지 방법

조선일보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0.04.18 03:00

[아무튼, 주말]

일러스트= 김영석
일러스트= 김영석
예로부터 불가에서는 인생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이라고 했다. 생과 사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이고 병은 의학에 속한다. 남는 것은 '불로(不老)'의 문제다. '늙지 않는 삶이 행복이다'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내 친구 안병욱은 80이 되었을 때 늙지 않는 방법 세 가지를 권하곤 했다. 공부하라, 여행을 즐기라, 열심히 연애하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안 선생보다 10년이 더 지난 뒤부터 안 선생의 일상적인 가르침을 철학적인 관념으로 보충해 보곤 한다.

공부도 정신적인 일이다. 공부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다면 누가 늙지 않는가.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내 나이 100을 넘었다. 그래도 일하고 싶다. 일이 없으면 사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내 주변에서도 100세까지 젊게 행복한 삶을 누린 사람들은 모두가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게으른 사람이 빨리 늙는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일이 안겨다 주는 축복이 많다. 나는 지금도 "적당한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 건강은 일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누구보다도 젊게 살고 있다.

여행은 새로운 삶을 위한 호기심과 도전이다. 신체는 늙어가지만 정신은 계속 성숙하게 마련이고 그 성숙이 곧 성장을 동반하기 때문에 젊음을 뒷받침해 준다. 나는 교회에서 자랐다. 교회가 나를 젊게 해주었다. 인간적 성장을 주었으니까. 그러나 교회 생활에 안주하면 안 된다. 교리에 붙잡혀 예수가 가르쳐 준 진리를 깨닫지 못하거나 신앙적 삶을 교회를 거쳐 사회적 책임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면 성장에서 오는 젊음을 잃어버린다. 그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신앙을 진리와 역사적 사명으로 받아들이면서 한없는 희망과 창조력으로 터득하며 산다. 신앙은 사명감과 더불어 항상 새로 태어나게 해준다. 참신앙인은 늙을 수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안 선생에게 그때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내가 "그런데 왜 늙었느냐?" 물었더니 "80이 되니까 연애 상대가 없어졌다"고 답해서 함께 웃었다. 내 생각은 안 선생과 조금 다르다. 사랑은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돈이나 물건, 권력이나 명예를 사랑하는 것은 쉬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이나 학문을 사랑하는 열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임종을 앞둔 사람의 가장 큰 소원은 사랑하는 가족이나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작별이다. 사랑의 끝이 인생의 종말이기 때문이다. 남녀 간의 사랑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우정이 될 수도 있다. 이웃과 민족을 위한 사랑도 좋다. 그들을 위하는 사랑이 있는 동안은 행복과 젊음이 남는다고 생각한다.

가장 고귀하고 영원한 것을 사랑한 사람은 누구보다도 값있는 인생을 산다.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진실을 깨닫는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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