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실정 아무리 커도, 민심은 통합당을 안 찍었다

조선일보
입력 2020.04.16 03:26 | 수정 2020.04.16 07:30

[사설] 정권 失政 아무리 커도 통합당만은 찍을 수 없다는 민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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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치른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했다. 미래한국당의 비례 의석을 합하더라도 100석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참패했던 지난 총선보다도 못한 몰락에 가까운 패배를 기록했다. 통상 정권 3년 차의 총선은 정권에 대한 평가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이번엔 정권이 아니라 야당이 심판받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른 전국 단위 선거에서 주요 정당이 네 번 연속 패배한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은 한쪽으로 힘이 쏠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총선·대선·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코로나 사태로 정권의 실정이 가려진 점도 있었지만 이번 선거는 야당이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실패로 경기가 침체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많은 사람의 생활이 어려워졌다. 탈원전과 같은 국가적 자해 정책은 어떤 비판도 듣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 조국(曺國) 임명 강행과 국민 분열, 헤아릴 수 없는 내로남불, 울산 선거 공작 사건 등 정권의 행태는 선거로 심판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지금의 야당에는 표를 주지 않았다. '정권의 실정(失政)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통합당만은 찍을 수 없다'는 국민이 너무 많은 것이다.

탄핵 당시 총리였던 사람이 당의 얼굴이 되면서 선거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도층 민심을 얻는 데 근본적 한계를 갖게 됐다. 황교안 대표는 이후 당의 혁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작은 기득권에만 연연하는 인상을 줬다.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은커녕 국민 앞에 내세울 대표 공약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통합당이 출범했으나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 국민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없었다. 통합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손익 계산을 접고 희생하고 헌신해야 했다. 그러나 끝까지 질질 끌면서 선거 후 자신의 위치만 지키려 했다. 감동적 장면 하나 없는 통합이었다.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된 뒤에 터진 느닷없는 공천 번복 파동은 4년 전 '진박 논쟁'을 다시 연상시켰다. 후보 등록일까지도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했다. 결과가 네 차례나 뒤바뀐 경우도 있었다. 비례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명단도 발표된 뒤에 뒤집혔다. 이런 사달은 쇄신을 위한 진통이 아니라 개인적 손익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국민은 이를 다 지켜보았다.

당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으로 젊은 층 표심이 떠나가는데 한 후보의 '세월호 텐트' 발언이 또 나왔다. 당 윤리위가 이에 면죄부를 주면서 3040 유권자들의 이탈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통합당 지도부는 왜 문제가 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절멸 위기에 놓인 보수 정당은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고 분칠을 해가면서 국민 앞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국민은 여전히 불신과 혐오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불출마를 선언한 통합당 의원이 통합당에 대해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바로 그 지적대로 나온 것이다.

이대로는 2년 뒤 대선에서도 통합당의 미래는 없다. 대한민국은 정부와 거의 전국 시·도·군, 대법원, 헌법재판소에 이어 국회까지 민주당 세력 한 곳이 장악하게 됐다. 견제 세력이 없어지면서 정권이 못 할 일이 없게 된 것이다. 수권 능력을 인정받는 대안 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권력은 독주하고 폭주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합당이 국민에게서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수권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희생과 헌신을 통해 자유 민주를 수호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면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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