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 가득한 한양의 봄

조선일보
입력 2020.04.04 03:00

'옛 그림으로 본 서울'
옛 그림으로 본 서울|최열 지음|혜화1117|436쪽|3만7000원

봄, 남산에 연둣빛 물이 잔뜩 오르고 도성(都城) 곳곳이 분홍 꽃송이로 화사하다. 조선시대 화가 정선의 18세기 그림 '필운대 상춘도'는 현재 서울 종로 배화여고 뒤편 담벼락 역할을 하고 있는 인왕산 남쪽 기슭 필운대(弼雲臺)에서 남산을 바라본 풍경을 담았다.

풍경 속에 사람이 있다. 필운대 바위에 앉아 시회(詩會)를 즐기는 선비들이다. 필운대는 예로부터 인왕산 세심대(洗心臺), 남산 잠두봉과 나란히 한양 삼대 꽃놀이 터로 불렸다. 필운대 아래 마을은 도성 꽃시장에 내다 팔았을 화초 재배단지였다.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그러나 흥겨운 꽃놀이 풍경의 이면을 집어낸다. "화폭에 핀 꽃들은 그저 저절로 피어난 것처럼 태연스럽다. 이 도시가 누리는 태평성세만 보인다. 그림 어디에도 꽃을 재배하는 농부의 모습은 물론 꽃 파는 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조선시대 화가 41명이 서울의 곳곳을 그린 그림 125점을 담은 책이다. 찬연한 달빛 아래 수성동 계곡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선비들을 담은 김홍도의 '송석원 야연도', 성균관 풍경을 그린 17세기 작가 미상 작품 등 다채롭다. 이 봄날, 책을 들고 서울 곳곳을 누비며 옛 풍경과 현재를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울컥 일지만, 와유(臥遊)로 갈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애석하다.

겸재 정선의 18세기 그림 '필운대 상춘도'.
겸재 정선의 18세기 그림 '필운대 상춘도'. /혜화1117
저자는 "2020년은 내가 한양으로 이주해 온 지 37년 되는 해다. 내가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모든 것을 품어준 이 도시를 그린 옛 그림을 지난 20여년 동안 찾아다녔다"면서 "옛 그림을 통해 서울을 보며, 아름답던 한양의 모습을 떠올리고 싶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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