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1년… 목재·금속 등 과학자 100여명 분투

조선일보
입력 2020.04.02 03:00

석회암 속 철, 온도 따라 색 변해 색만 보고 재사용 가능한지 판별
첨탑 녹아 종유석처럼 굳은 납은 석고 반죽·레이저로 제거할 예정

목재 나이테로 당시 기후 변화와 대성당 공사 계획까지 추측해내
접근 못하던 지하 석조물도 연구

지난해 4월 15일, 850년 역사의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火魔)에 휩싸였다. 소방 당국이 불길을 가까스로 잡았지만 첨탑은 부서지고 지붕은 무너져 내린 이후였다. 세계대전도 버텨 냈던 대성당이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사고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4년까지 대성당을 복원하겠다고 공언했다. 프랑스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해 금속·석재·목재·유리 등 각 분야 과학자들이 투입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최근 프랑스 역사유적보존연구소(LRMH)와 국립과학연구원(CNRS) 과학자 100여 명의 지난 1년간의 분투를 소개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재료 분석을 통해 건축 당시인 중세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연구도 진행됐다.

◇석재 색깔로 재사용 여부 판단해

프랑스 과학자들은 대성당 복원에 기존 자재를 최대한 재활용하기로 했다. 먼저 LRMH 석재 그룹 연구진은 아치형 지붕에서 떨어진 돌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색깔만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석재를 선별할 방법을 찾았다. 석회암에 포함된 철 성분은 온도에 따라 다른 색깔로 변한다. 석회암은 섭씨 300~400도에선 붉은색을 띠고, 600도에서 검은 산화철로 색이 바뀐다. 800도 이상이 되면 석회암은 가루로 부스러진다.

베로니크 베르제스벨맹 LRMH 연구원은 "색깔이 있는 돌들은 재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성당에 남아 있는 수십만 개의 석재 강도를 기계적인 테스트를 하는 것보다 색을 이용하는 것이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CNRS의 금속 전문가 필리프 딜만은 철재로 근처 석재가 얼마나 열을 받았는지 역추적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온도가 상승하면 철재에 슨 녹의 구조가 변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너트와 볼트, 석재 주변의 철제물 등을 조사해 인근 석재에 대한 '열지도'를 만들고 있다.

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작업도 병행된다. 대성당에 쓴 석회암 성분의 석재는 구멍이 많이 있어 물을 잘 흡수한다. 불을 끄는 과정에서 석재는 물에 흠뻑 젖었다. 원래 무게보다 3분의 1이 더 무거워지고 겨울엔 돌에 스며든 물이 수축·팽창하면서 건축물에 위협이 된다. 이에 벽과 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임시 지지대가 설치됐다. 또 화재 전인 2018년 건물 외벽에 설치된 비계로 인해 임시 덮개를 설치 못 해 대성당은 빗물에 그대로 노출됐다. 연구진은 지난 1월부터 화재로 녹은 이 비계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구조물이 성당 벽면을 지지하고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LRMH 연구진은 떨어진 돌을 이용해 건조되는 과정도 검사하고 있다.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화재 당시 지붕과 첨탑에 사용된 납 200톤이 녹아내려 성당 내부 곳곳에 종유석 형태를 이뤘다. LRMH 유리 그룹 연구진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붙은 납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았다. 구멍이 많은 돌은 석고 반죽을 발랐다가 떼어 내면서 납 성분을 제거하는 기술과 레이저로 제거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프랑스 원자력청은 동위원소 분석으로 주변 강이나 공원에 납이 얼마나 누출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목재 분석해 중세 시대 기후도 분석

이번 기회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어진 중세 시대를 새롭게 조망하는 연구도 진행된다. 연구진이 아치형 지붕의 돌을 분석해 보니 그 안에서 플랑크톤 화석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석재가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한 시간 떨어진 벡셍 지역의 채석장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했다.

CNRS의 목재 그룹 연구진은 성당 다락방에 쓴 목재를 연구하고 있다. 나무의 나이테와 두께, 밀도, 화학적 성분 등은 매년 기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진은 나이테 등을 분석해 성당에 쓴 참나무가 중세에서 비교적 따뜻한 시기로 알려진 12~13세기에 자랐음을 확인했다. 또 참나무의 모양도 일반적인 나무들과 달리 길고 얇은 것으로 분석됐다.

알렉사 뒤프레이즈 CNRS 연구원은 "나무들이 빽빽한 숲에서 경쟁적인 환경 속에 자랐다는 의미"라며 "자연 상태로 자랐다기보다는 노트르담 공사가 시작되기 몇 세대 전부터 인위적으로 조림(造林)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나무가 자란 숲의 위치도 찾고 있다. 파리 인근이나 센강을 따라 나무를 실어 날랐을 가능성을 두고 나무와 토양의 동위원소를 비교하고 있다.

보르도 몽테뉴대의 미술사학자 이브 갈레트는 이제까지 접근할 수 없었던 성당 지하의 석조물을 처음으로 연구한다. 연구진은 지하에 전파를 쏘아 되돌아오는 신호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지하 석조물 구조를 알아낼 계획이다. CNRS 과학자들은 관광객과 지역 주민, 언론인, 성당 구성원 등을 인터뷰해 대화재로 인한 정서적 영향까지 분석하고 있다. 대성당 건축에 비교될 종합 과학 연구의 대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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