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직원 수천명 사상 첫 무급휴직 돌입

입력 2020.04.01 06:30

방위비 협상 29년만에 처음있는 일
정부는 "곧 될 것" 낙관적 전망.. 美선 "글쎄"
전문가들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양보할까?"의문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가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에도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손사래를 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가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에도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손사래를 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수천명이 당장 4월 1일부터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됐다. 무급휴직 상태에 처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타결됐어야 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3개월 더 연장됐지만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탓이다. 한미는 1991년 SMA 협상을 처음으로 시작해 지난 29년간 10차례의 협상을 치르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 겪는다.

우리측 정은보 방위비 협상 수석대표는 31일 영상 브리핑을 열고 “오늘 주한미군사령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일부에 대해 무급휴직을 예정대로 4월 1일부터 시행할 것임을 알려왔다”며 “양국 간 협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양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방위비분담 협상이 상호 호혜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3개월 연장 협상에도 타결하지 못해 결국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며 ‘유감’표명을 하면서도, ‘상당한 의견 접근’이란 표현을 쓰며 타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이후 협상에 큰 진전이 있었다”며 “특히 미국에서 많이 움직였고, 진전을 이뤄가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코로나 공조방안 논의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방위비분담금 관련 논의도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양국 공조, 통화 스와프 등 협력 상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간 양국은 방위비분담금 총액 규모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한국에 올해 방위비로 지난해(1조389억원)보다 크게 인상된 40억 달러(약 5조1000억원) 안팎의 금액을 고집했다. 한국은 10% 안팎의 상승률로 맞서왔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정 부분 양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무급 휴직 사태가 현실화한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히 협상을 마감해 5월 29일까지인 20대 국회 임기 내에 비준을 받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30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30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가 낙관적 전망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사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방위비 협상과 관련 양보할 뜻을 시사했더라도 그가 대폭 인상을 줄곧 고집했기 때문에 ‘립 서비스’로 한 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한미 방위비 협상이 조만간 있을 일본 등 다른 동맹국과의 방위비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을 고려해 미 입장을 최대한 관철하려는 모습을 그간 수차례 보여왔다.

앞서 정부는 주한미군이 자체 예산으로 임금을 지급한 뒤 추후 협상 타결 뒤 이를 보전해주는 방식, 인건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교환각서를 체결해 국방부가 확보해놓은 분담금 예산에서 지급하는 방식 등을 미국에 제안했었다. 하지만 미국은 부분적 협상은 SMA 전체 협상 진행에 오히려 지장을 줄 수 있다며 호응하지 않았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