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동학삼전운동'의 우군될까

입력 2020.04.01 06:30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예상보다 저조할 듯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사업 코로나 타격
반도체는 서버 수요, 재고 비축 수요로 호조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삼성전자

‘흔들리는 삼성전자를 반도체가 구할 수 있을까’.

요즘 IT 업계가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를 보는 관전 포인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는 매출이 56조332억원, 영업이익이 6조3653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증권사들은 이보다 낮은 전망치를 쏟아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을 컨센서스보다 5% 낮은 53조 660억원, 영업이익을 8% 낮은 5조8290억원으로 추정했다. 코로나 사태로 TV, 냉장고, 스마트폰 등에 대한 수요가 급락했고, 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기댈 곳은 반도체뿐이다. 31일 삼성전자 입장에서 좋은 소식이 하나 나왔다. 3월 D램 반도체 가격이 전 달에 비해 2.08% 오른 2.94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작년 한 해 폭락했던 D램 가격이 올 1월부터 반등했고 3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음에도 반도체는 타격을 덜 받은 것이다. IT 업계에서는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 반도체가 추락하는 삼성전자를 지탱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는 코로나로 직격탄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 스마트폰과 가전 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2월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6180만대로, 작년 2월(9920만대)보다 38% 급감했다. 스마트폰이 시장에 등장한 후 월간 기준으로 최악의 감소폭이다.

삼성전자 역시 타격을 입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 S20’ 시리즈는 전작인 S10보다 20% 덜 팔리고 있다. 사람들이 휴대폰 매장에 잘 나오지 않으면서 판매량이 예상보다 준 것이다. 올 한해 글로벌 판매량도 작년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SA는 지난 3월 2일 올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치를 2억7900만대로 수정했다. 이는 작년 판매량(2억9510만대)에서 5% 축소된 것이다.

가전과 디스플레이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스플레이의 경우 LCD(액정표시장치) 적자지속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OLED의 주문 감소로 실적 부진을 예상한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생산 차질도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연 판매량의 3분의 1인 1억대를 생산하는 인도 스마트폰 공장은 4월 중순까지 문을 닫았고, 유럽의 헝가리·슬로바키아·폴란드의 가전과 TV 공장, 러시아 TV 공장 등은 코로나로 인해 일시 가동 중단됐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사업이 2분기까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사업별 영업이익은 1분기 대비 스마트폰(IM)이 -28%, 가전이 -17%, 디스플레이가 적자지속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반등 가능성 보여

그나마 반도체 부문만은 희망적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교육, 화상회의 등이 늘어나면서 서버 증설 필요성이 높아졌고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코로나로 빠르게 언택트(비대면) 사회로 진입하면서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그동안 통신망과 서버 등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던 유럽이 빠르게 변하며 반도체 수요는 폭증할 수 있다”고 했다. DB금융투자는 지난 3월 26일 ‘동학 삼전 운동’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어떻게 보면 메모리 반도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수혜를 받는 몇 안 되는 산업”이라고 했다.

D램 반도체 가격이 상대적으로 쌀 때 재고를 비축하려는 수요도 몰리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코로나가 북미, 유럽에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3월 메모리 반도체 재고 축적 수요는 이어졌다”며 “D램 가격 4월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수요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올 2분기부터 전년 대비 성장세에 진입해 올 한 해 영업이익은 작년(14조200억원)보다 35% 증가한 19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 지는 모르지만,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가 점차 익숙해지면 3분기부터는 눌려왔던 스마트폰, PC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IT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도 증가해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작년보다는 좋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매년 거두는 영업이익 중 절반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온다. 반도체 사업이 잘 나가면 삼성전자 전체 실적도 개선된다.

“코로나 장기화 땐 불확실”

물론 낙관할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엔 불확실성이 커진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30일(현지시각) “대만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북미지역 업체들로부터 받는 서버 주문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버 업체들이 지금은 서버 증설에 적극적이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계속 서버 증설에 나설지는 ‘물음표’라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IT 기기 수요가 올해 안에 되살아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삼성전자 실적에 장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30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코로나 확진자 1명이 발생한 것도 악재다. 삼성전자는 “공장 내부 감염은 불가능하며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자칫 코로나가 반도체 사업장에 확산될 경우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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