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대로 먹기, 물건은 제자리… "어기면 피가 코로나올 것이다"

조선일보
입력 2020.03.31 03:18

[코로나 탐구생활]

개학 연기·재택근무에 육아 난관… '코로나 방학 생활규칙' 유행까지
"아이에게 무작정 화내기보다 주의사항 반복해서 알려줘야"

경북 구미에 사는 30대 후반 장군이맘. 초등학교 6학년·3학년·2학년, 그리고 4세인 아들 넷을 키우는 그는 코로나 사태로 아이들의 방학 생활이 길어지면서 다섯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1. 주는 대로 먹는다. 2. TV 끄라고 하면 당장 끈다. 3. 사용한 물건 즉시 제자리. 4. 한 번 말하면 바로 움직인다. 5. 엄마에게 쓸데없이 말 걸지 않는다. 위 사항을 어기면 피가 코로 나올 것이다."

그는 "개학이 연기돼 네 아이가 집에만 있다 보니 하루 세 끼 차리고 간식 먹이고 설거지하고 일이 끊이지 않는다"며 "집에만 있어 갑갑해하는 아이들에게 코로나로 인한 심각한 상황을 설명하려니 정서상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주의만 줬더니 복잡하고 머리 터지는 건 나 하나라 '코로나 방학 생활규칙'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게 됐다"고 했다.

세 아들을 묶어놓고 재택근무하는 미국 엄마의 사진(왼쪽)과 네 아들 키우는 장군이맘이 만든 ‘코로나 방학 생활규칙’.
세 아들을 묶어놓고 재택근무하는 미국 엄마의 사진(왼쪽)과 네 아들 키우는 장군이맘이 만든 ‘코로나 방학 생활규칙’. /인스타그램 stellar0310 등

코로나 확산으로 가족이 모두 집에 있으면서 재택근무·육아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장군이맘처럼 아이 많은 집에서의 규칙은 기숙사 생활처럼 스스로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본인 수저나 물컵 챙기기, 빈 그릇 치우기, 채소·과일 씻기는 스스로 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 모두가 맞벌이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를 함께하는 집은 더 고통이다. 아이들은 엄마·아빠 얼굴을 보면 무조건 놀아 달라고 조르기 때문. 3세 아이를 키우며 재택근무를 하는 남모(32)씨는 "전화로 인터뷰한다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일하고 있는데 아이가 엄마가 보고 싶어 창문을 타고 넘어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 육아휴직' '코로나 강제 별거' 등도 생겨난다. 어린 두 딸의 아빠인 이모(35)씨는 지난주 회사에 휴직을 신청했다. 그는 "아이들과 온종일 집에 있다 보니 아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도 알 것 같아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며 "이번 기회에 가족과 온전히 함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 김모(39)씨는 아이를 부산에 있는 친정집으로 보냈다. 김씨는 "아이가 너무 보고 싶지만, 도저히 육아와 재택근무를 둘 다 할 수가 없었다"며 "보통은 우리가 출근한 동안 친정 엄마가 집으로 와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를 봐주시는데 온종일 모두 집에 있으니 남편도, 친정 엄마도 불편해해 강제 별거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바이러스가 유럽, 미국으로 확산하면서 이는 전 세계 엄마들의 문제가 됐다. 지난주 인터넷 사이트엔 세 아이를 묶어 놓고 재택근무를 하는 엄마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함께 집에 있다 보면 아이에게 자꾸 화를 내게 되는데 평정심을 갖고 단호하게 규칙과 주의 사항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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